신예 트로이카 돌풍… ‘반상 드라마’ 속출

  • 입력 2008년 9월 25일 02시 45분


■ 52기 국수전 8강 확정

안달훈 꺾은 김성룡 “국수전에 다걸기”

박정상 ‘9단간 대결’서 박영훈에 승리

작년 다승왕 목진석 도전권 획득 유력

이세돌 국수에 대한 도전자를 뽑는 제52기 국수전 본선에서 신예 돌풍이 불고 있다.

최근 끝난 본선 16강전 결과 김형우 3단, 강유택 2단, 이현호 초단 등 입단 1∼3년차 기사 3명이 중견 기사들을 물리치고 8강에 올랐다.

또 도전권 획득이 유력한 두 기사의 초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박정상 9단과 박영훈 9단의 대국은 박정상 9단이 승리했다. 51기 국수였던 윤준상 7단은 목진석 9단에게 패해 이세돌 국수와의 리턴 매치 기회를 놓쳤다.

8강전은 30일 강유택 2단과 이현호 초단의 대결로 시작된다.



○ 신예 트로이카-강유택 김형우 이현호

8강에 오른 신예 기사 중 강유택 2단이 가장 눈에 띈다. 지난해 4월 입단한 그는 올해 42승 11패(79.25%)로 승률 1위, 다승 4위를 기록하는 등 발군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최규병 9단은 “입단 전부터 김승재 박정환 2단 등과 함께 각광받았는데 최근 기량이 더욱 향상되고 있다”며 “포석 수읽기 끝내기에서 균형이 잡혀 있어 잘 가다듬으면 정상급 기사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우 3단도 올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세계대회인 LG배 세계기왕전에서 8강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무리하지 않고 끝내기에서 승부를 보는 기풍이어서 속기보다 국수전처럼 제한시간이 긴 대국에서 승률이 좋다.

지난해 9월 입단한 이현호 초단은 최근 물가정보배에서 이세돌 9단을 꺾고 우승한 홍성지 7단을 16강에서 꺾어 이변을 연출했다.

이들이 지난 기에서 예선전 4연승을 비롯해 조훈현 박정상 이희성 등을 꺾고 도전자 결정전까지 진출했던 최기훈 초단(당시)처럼 본선 돌풍을 일으킬지 관심이 쏠린다.

○ 김성룡 9단의 분전

바둑계에서 ‘보급 기사’(대국보다 기보 해설 등에서 더 많은 활약을 하는 기사)로 알려진 김성룡 9단의 분전도 눈에 띈다. 그는 16강에서 안달훈 7단을 반집으로 꺾었다. 그는 “국수전에 ‘다걸기(올인)’했다”고 말했다.

제한시간이 3시간인 국수전을 위해 요즘 등산과 걷기를 하며 체력을 쌓고 있고 하루에 기보를 10개씩 검토하는 등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는 것.

“8강전에서 만날 김형우 3단은 세죠. 제 평소 실력으론 이기기 어렵죠. 하지만 이런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은 만큼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겁니다. 기대해 보세요.”

허튼 장담이 아니다. 그는 몰아치기에 능하다. 2004년 제1기 전자랜드배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우승컵을 안기도 했다.

○ 박정상 목진석 9단의 도전권 다툼

현재 8강 진출 기사의 면면을 보면 도전자로 가장 유력한 기사는 국내 랭킹 3위인 목진석 9단과 9위인 박정상 9단을 꼽을 수 있다.

목 9단은 랭킹제가 2005년 8월 실시된 뒤 처음으로 3위에 오르는 등 지난해 다승왕(93승)의 기세를 이어 가고 있다. 하지만 중요 대국에서 잇달아 패하며 고비를 넘지 못하는 게 아쉽다. 올해 원익배 십단전과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결승에서 이창호 9단에게 패했고, 맥심배 입신최강전에선 박영훈 9단에게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세계대회에서는 대개 본선 1, 2회전에서 떨어졌다.

박정상 9단도 올해 다승 3위(42승)에 오르며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있지만 우승 등 눈에 띄는 활약이 거의 없다는 게 흠이다. 김승준 9단은 “이번 본선에선 지난 기의 이세돌 9단처럼 특출한 기사가 없어 내내 안개 속을 걸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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