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세 무용수 마센 e메일 인터뷰
《사내는 엉덩이를 붙잡고 흔든다. 양복 웃옷을 벗어선 휙휙 돌리기도 한다.
속옷 바람으로 다리를 번쩍번쩍 올린다. 이것은 발레 공연, 주인공 사내는 60대다! 10월 10∼30일 열리는 제 11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에 참가하는 독일 작품 ‘돈큐(Don Q)’의 한 장면이다. 16개국 39단체가 참가하는 춤의 향연 중 단연 기대작이다.
‘돈큐’는 에곤 마센(66)과 에릭 고티에(31)가 펼치는 코믹발레다.》
할아버지가 발레를 한다? 마센은 1970년대 이름 없던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을 세계적인 발레단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무용수다. 1981년 은퇴한 뒤 슈투트가르트발레단 부단장, 네덜란드댄스시어터(NDT)Ⅲ의 예술감독을 맡았으며 2006년 예순넷의 나이로 무대에 복귀해 은발의 댄서로 활약하고 있다.
서울 공연을 앞두고 e메일로 만난 마센은 “춤은 전 세계 어느 누구에게나 통하는 자유로운 언어”라며 무용 철학을 밝혔다.
‘돈큐’는 현실이라는 방에 갇힌 늙은이와 젊은이가 그곳을 탈출하고자 애쓴다는 내용. 우스꽝스럽게도, 안타깝게도 보이는 두 사내의 몸짓은 포기할 수 없는 꿈을 상징한다. 유명한 소설 ‘돈키호테’를 모티브로 한 작품. 마센의 설명대로 “한방에 있는 두 남자가 슬픈 짓, 바보 같은 짓, 재미있는 짓, 온갖 짓을 다 하면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만 불가능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존재하지도 않는 여성을 사랑하니 살짝 돌기도 했고 마음이 여린 면도 있지만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서 “재미있고, 슬프고, 로맨틱하고, 늙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수성을 지니고 인생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나와 닮은꼴”이라고 소개했다.
난도 높은 무용 테크닉보다는 연기의 비중이 큰 무대이긴 하지만, 30대 무용수와 호흡을 맞춰서 70분 동안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야 한다. 무리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지만 상상하는 것 이상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마흔 즈음에 무용수로서 해보고 싶은 건 다 했다는 생각에 무용을 접었었다는 그. 그러나 절친한 안무가 지리 킬리안이 함께 작업하던 댄서가 아프다면서 대신 서 달라고 연락한 것이 무대 인생을 재개한 계기가 됐다. 그는 “내 몸이 할 수 있다고 내게 말해주는 한 무용을 계속 할 것”이라면서 열정을 드러냈다.
‘어떤 무용수가 훌륭한 무용수인가’라는 질문에 “기술이 뛰어나야 하는 것은 기본이며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인성”이라면서 “서로 믿고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인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신의 인생에서 춤이 가장 중요하겠군요’라고 넘겨짚자 노(老)무용수는 “아내와 함께 건강한 삶을 즐기는 것, 그것이 내게는 가장 중요합니다. 춤은 그 다음이에요”라며 ‘따뜻한 인성’을 내보였다.
10월 13일 오후 8시 서울 호암아트홀. 2만∼6만 원. 02-3216-1185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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