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전막후]‘햄릿 결투’ 장난 아니네

  • 입력 2008년 9월 25일 02시 45분


‘테러리스트…’ 진짜 검 사용

펜싱선수 초빙해 훈련 받아

챙! 챙! 무대에 선 두 남자의 검이 어지럽게 휘날린다.

국립극장에서 공연 중인 국립극단의 연극 ‘테러리스트 햄릿’의 백미는 햄릿과 레어티즈가 혈투를 벌이는 장면. 청바지와 분홍색 가발 등 시대 배경을 현대로 가져왔지만 2시간 40분에 이르는 이 연극은 원작의 희곡 텍스트를 생략한 부분 없이 거의 살렸다. 특히 햄릿과 레어티즈는 원작에 묘사된 것 그대로 일반 검 대신 펜싱으로 결투를 벌인다.

대개 이 장면에서는 소품 칼을 사용하지만 ‘테러리스트 햄릿’에서는 실제 펜싱 경기에서 사용하는 칼을 쓴다. 햄릿 역을 맡은 서상원 씨와 레어티즈 역의 한윤춘 씨는 제대로 된 펜싱 결투를 위해 실제 펜싱 선수를 초빙해 훈련을 받았다.

펜싱 검은 길이 150cm에 무게가 320g을 넘지 않아 다루기가 가볍다. 올해 3월 공연했을 때는 결투 장면에서 레어티즈 역의 한 씨가 검을 휘두르다가 손에서 검이 빠져나가 관객석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 씨는 “결투 장면에선 특히 긴장되다 보니 땀이 많이 나는 데다 펜싱 검은 손잡이가 얇고 가벼워 놓치기 쉽다”며 “올 3월 사고 이후 검을 놓치지 않도록 더욱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체코 록뮤지컬 ‘햄릿’의 결투 신에서는 중세시대 기사들이 사용하던 장검을 본떠 만든 묵직한 소품 칼을 사용한다. 쇠로 만들어져 칼이 부딪칠 때마다 하얀 불꽃도 번쩍거린다. 이 작품도 3월 공연에서 결투 장면 도중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소품 칼을 너무 얇게 만든 탓인지 결투 장면 도중 그만 휘어져 버린 것.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줘야 할 장면이었지만 칼을 펴려고 애쓰는 배우의 모습 때문에 관객들의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선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체코 오리지널 공연에서 쓰였던 소품 칼 8자루를 수입했다. 이 칼은 120cm에 4kg으로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 뮤지컬에서 ‘햄릿’ 역을 맡은 윤형렬 씨는 “마음대로 휘두르기엔 너무 무거운 데다 손잡이가 짧아 다루기가 매우 어렵다”며 “칼이 부딪칠 때 나는 불꽃이 얼굴에 튈 때 무척 따갑기도 하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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