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14>彼以其飽食無禍爲可恒哉

  • 입력 2008년 9월 26일 02시 59분


彼(피)는 대명사로 저 사람이나 그 사람을 가리킨다. 彼我(피아)처럼 상대나 남, 그리고 此(차)와 상대적인 각종의 사물로 때나 장소도 포함한다. ‘以(이)∼爲(위)…’은 ‘∼을 …으로 여기다’ 또는 ‘∼을 …으로 삼다’에 해당한다. 飽(포)는 飽食(포식)이나 飽滿(포만)처럼 배불리 먹다 또는 충분하거나 만족스럽다는 뜻이다.

禍(화)는 福(복)과 상대적인 재난이다. 의미요소인 示(시)에서 二(이)처럼 보이는 두 가로획은 上(상)의 고문자로 하늘을 가리킨다. 아래로 내린 세 획은 해와 달과 별이 현상을 보여줌을 나타낸다. 즉 示(시)는 하늘이 여러 현상으로 길흉을 보임을 뜻한다. 이 부수에 속하면 대부분 하늘이나 절대자와 관련된다. 神(신), 제사를 뜻하는 祀(사), 상서롭다는 뜻의 祥(상), 빌다의 뜻인 祝(축), 祈禱(기도)와 禍福(화복)의 경우가 그렇다.

恒(항)은 恒久(항구)처럼 영원하다, 恒心(항심)처럼 일정하거나 불변하다, 恒常(항상)처럼 언제나 또는 보통의 뜻이 있다. 哉(재)는 구절 끝에서 감탄의 어기를 나타낸다.

1200년 전에 柳宗元(유종원)은 대략 다음과 같은 줄거리의 우언문을 지었다. 쥐띠인 모씨는 쥐를 자신의 수호신으로 여겨 집안을 온통 쥐에게 맡겨 방치하였다. 쥐들은 사방에서 모여들어 사납고 무질서하게 마구 날뛰었다. 그가 못 견뎌 이사하자 새로운 주인이 와서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여 쥐들을 소탕했다.

환관에 의해 옹립되는 태생적인 원죄로 그들을 방치하는 황제, 그 무책임한 황제의 그늘에서 발호하는 세력, 그리고 시원스레 정의를 실현하는 새로운 황제의 형상이 선명하다. 다만 그 정의의 사도는 단지 기대하는 미래의 존재이리라. 신랄한 풍자를 담은 연작 동물우언의 하나인 ‘永某氏之鼠(영모씨지서)’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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