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카페]불편한 주말

  • 입력 2008년 9월 26일 03시 00분


휠체어 타고도 어디든 갈수있는 加도시

서울의 장애인들은 어디서 주말 보낼까

일요일 아침, 출근길 차 안에서 바라보는(많은 일간지 기자들은 월요일 신문 제작을 위해 일요일에도 출근합니다) 서울의 주말 풍경은 흐뭇합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아이들이 풀밭을 뛰어다니고, 시원하게 뻗은 청계천 길과 광화문 가로수 길에는 여유로운 가족, 연인들이 넘쳐나죠. 평소 딱딱한 ‘정장맨’들이 뿜어내는 ‘어둠의 아우라(aura)’와는 너무 달라서, 따라 웃음짓게 되는 주말입니다.

그런데 찬찬히 뜯어보면 이 평화로운 광경에도 ‘불편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의식하는 순간 슬며시 올라가 있던 입 꼬리는 점점 내려앉게 되지요.

몇 년 전 대학생이던 저는 캐나다의 한 도시에 머물며 공부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도시에 도착한 첫 주말, 전 깜짝 놀랐습니다. 곳곳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았던 겁니다. 버스 정류장에, 길거리에, 레스토랑에, 백화점에….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어딜 가도 있었습니다.

처음엔 ‘여기, 뭔가 잘못됐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도시에서 엄청나게 큰 사고가 있었거나, 오래전 방사선이라도 유출됐던 게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였으니까요.

한 달쯤 지나서야 그건 장애인도 어디든 갈 수 있기 때문임을 깨달았습니다.

그곳의 장애인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전동 휠체어를 갖고, 턱이 낮은 인도 위를 달려 가까운 버스정류장으로 갑니다. 버스는 모두 저상버스입니다. 정류장에 도착한 버스의 오른쪽 바퀴들은 ‘피슉’소리를 내며 공기를 빼고, 발판을 내려 휠체어가 쉽게 올라갈 수 있게 합니다.

버스 운전사와 시민들의 태도는 더욱 인상적입니다. 이들은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버스에 오를 수 있게 돕는 것은 물론, 정해진 자리에 휠체어를 놓고 안전벨트까지 매줍니다. 꽤 기운이 드는 일이지만 이들의 손길에서 짜증이나 어색함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펼쳐지는 이런 광경에 놀란 사람은 서울에서 나고 자란 저 하나뿐인듯 했습니다.

그 후 서울에 돌아온 제 눈엔 자꾸만 ‘빈 곳’들이 눈에 띕니다. 서울의 수많은 장애인들은 대체 어디서 주말을, 일상을 보내고 있는 걸까요.

정제된 영화 속 장면처럼, ‘불편한 사람들’이 하나도 없는 서울의 풍경이야말로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 주위에 불편한 사람들이 많아질 때, 비로소 서울의 주말이 편안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임우선 산업부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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