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고궁(古宮)과 지방에 있는 문화재급 한옥 고택(古宅)이 살아 있는 국악공연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이 6∼10월 창덕궁(후원) 연경당에서 매주 목요일 오후 4시에 마련한 ‘옛 향기에 취해, 풍류음악을 그리다’가 큰 인기를 끌자 전국 문화명소에서의 상설공연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
매주 토요일 오후 강릉시 선교장(8월 8∼23일)을 시작으로 충남 아산시 외암리 민속마을(6일∼10월 7일), 경북 안동시 소수서원(27일∼10월 25일), 전남 담양군 식영정(9월 20일∼10월 18일) 등지에서 영산회상, 가곡, 가사, 판소리, 대금, 가야금산조, 궁중무용 등을 공연하는 풍류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02-3704-9568
지난 주말 외암리 민속마을 내 건재고택에서 열린 풍류음악회에는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100여 명의 관객이 참석했다. 조선 후기 영암군수를 지낸 건재 이상익(建齋 李相翼·1848∼1897)이 지은 고택의 사랑채 앞 정원에서 이동규의 가곡, 백인영의 아쟁산조, 유미리의 춘향가 등이 공연됐다.
정원의 연못가 돌, 툇마루에 자연스럽게 앉은 관객들은 백인영 명인이 ‘유대봉류 가야금 산조’의 변화무쌍한 가락에 감동한 듯 수차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날 고려대 박물관 문화예술최고위과정 동문회원들과 관람한 고려대 전경욱 교수는 “유형문화재인 고택에서 무형문화재인 국악을 즐기니 문화재가 생생하게 살아나는 느낌”이라며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전통음악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됐다”고 말했다.
국립국악원이 파격적으로 토요일 오전 7시 반에 마련한 창경궁 음악회도 전석 매진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기는 마찬가지. 8월 23일부터 9월 20일까지 4회 공연에 평균 250명 이상씩 총 1100여 명의 관객이 몰렸던 것. 관객들은 “이른 아침에 궁궐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호사였다” “음악회를 마치고 궁궐을 산책하니 일주일의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라는 관람 소감이 국립국악원 홈페이지에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다.
한편 서울 종로구 북촌 일대의 전통한옥에서도 6월부터 10월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4시에 전통음악회 ‘가락(家樂)’이 펼쳐지고 있다.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종로구 원서동 은덕문화원에서 주최하는 이 음악회에는 10월 10일 신쾌동류 거문고 산조(이세환), 10월 17일 성금연류 가야금 산조(지성자)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02-733-8374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