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해학으로 들춰낸 남자의 질투

  • 입력 2008년 9월 26일 03시 00분


코미디극 ‘아트’ 세 주인공 정보석 - 이남희 - 정원중

“우리가 벌써 10번째 팀이야?”

연극 ‘아트’의 세 주인공 정보석, 이남희, 정원중 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10월 4일 막을 올리는 ‘아트’는 대학 교수 규태(정보석), 의사 수현(이남희), 문구도매업체 대표 덕수(정원중)를 통해 의리에 죽고 산다는 남자들의 우정 밑에 깔린 소심하고 옹졸한 면을 리얼하게 파헤친 코미디극이다. 권해효 이대연 조희봉 팀이 더블캐스팅됐다.

2003년 초연 이래 매년 무대에 오를 정도로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송승환, 박광정, 오달수 등 인기 배우들이 차례로 거쳐 가며 12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동명 작품을 번안한 이 작품은 국내 연극에선 보기 드물게 중년 남성의 질투와 허영 등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수현이 1억8000만 원짜리 그림을 구입하자 규태가 이를 부러워하면서도 비판하며 사태가 커진다. 이들은 서로의 예술관을 비웃고 아내들을 깎아내리는 등 감정싸움을 벌인다.

○ 정보석 “질투 나는 또래배우? 있지만 말 못해”

“잘된 친구를 질투하는 게 여성만의 감정은 아닌 거 같아요. 친구가 잘되면 ‘잘됐다’ 하고 좋아하면서도 ‘나도 따라잡아야 할 텐데’ 하며 질투를 하죠. 또래 배우 중에서요? 있지만 누군지 말할 수는 없죠.”(정보석)

이들은 연극에서처럼 주위 친구에 대한 질투의 감정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다.

“주로 연극 활동을 하다 보니 영화나 TV로 얼굴을 대중적으로 알리지 못했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너는 연극에만 나오냐’며 안타까움이 섞인 핀잔을 해요. 어머니도 ‘TV CF에서 네 얼굴 보는 게 소원’이라고 하신다. 주위 시선 때문에 잘나가는 또래 배우들에 대한 미묘한 시기심과 허탈감 같은 것들이 있어요.(웃음)” (이남희)

이들의 나이는 모두 40대 후반. 4년 전에도 ‘아트’를 공연한 적 있는 이들은 “처음 ‘아트’를 할 때보다 작품을 훨씬 제대로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 정원중 “나이 50 바라보니 의미 알 것 같아”

“수현이 그림 문제를 해결하며 ‘우리의 새로운 시작은 아주 어렵게 만든 겁니다. 그걸 일부러 망칠 필요가 있겠습니까’라고 말해요. 아직 앙금도 남고 갈등도 있지만 끊임없이 극복하려는 대목에 요즘 공감이 많이 가네요.”(이남희)

“덕수가 결말 부분에서 ‘요새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왜 이렇게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어요. 나이가 50을 바라보니 뭐랄까. 세상에 대한 이해랄까 수긍이랄까. 대사의 의미가 뭔지 드디어 알게 된 것 같아요. 요즘에는 연속극을 보면 가당치도 않은 일에 눈물이 나더라고요.”(정원중)

“그거 정말 큰일이야. 예전 같으면 ‘픽’ 하고 웃을 일에 눈물이 난다니까. 그만큼 우리가 성숙해진 것 같아요. 당시 발견하지 못한 부분들을 보충하며 재공연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정보석)

이들은 ‘아트’로 처음 만나 지기가 됐다. “서로가 같은 작품을 한 적이 없어 잘 몰랐어요. 그러다가 4년 전 ‘아트’를 하며 지기가 됐죠.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하하.”(정보석)

이들은 연습이 끝나면 종종 함께 맥주를 마시러 간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가정 이야기, 고민 등을 나누죠. 그런데 이야기의 끝은 항상 여자야. 하하.”(정원중)

11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SM아트홀. 02-764-8760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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