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시맨’에서 하늘에서 떨어진 콜라병을 들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아프리카 부족의 한 남성을 기억할 것이다. 이 책은 그 부족의 생활양식을 생생히 소개한 민족지(民族誌)다. 이들은 수렵 채집 사회를 영위하면서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직계 후손일 가능성이 높다.
아프리카 남부 보츠와나 오지 칼라하리 사막 북부에서 살아가는 이 부족의 이름은 생활방식만큼이나 낯설다. ‘!쿵’족. 어떻게 읽어야 할까. ‘!’는 아이를 어를 때 혀끝으로 입천장을 차면서 ‘딱딱’ 하고 내는 소리다.
인류학자인 마저리 쇼스탁(1945∼1996)은 1971년 ‘!쿵’족의 니사라는 여성을 만났다. 당시 50세. 쇼스탁은 아프리카 부족의 여성의 삶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문자를 쓰지 않는 대신 이야기를 즐기는 ‘!쿵’족 중에서도 니사는 능수능란한 최고의 이야기꾼이었다.
쇼스탁이 오랜 시간 니사를 인터뷰하고 10여 년간 그 결과를 정리한 끝에 문화인류학의 값진 저서가 탄생했다.
저자는 ‘!쿵’족 니사를 통해 배우자에 대한 사랑, 질투, 미래, 나이 듦,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 ‘!쿵’족 여성의 삶을 드러낸다. 특히 현대 문명사회의 관습에서 자유로운 성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흥미진진한 구술을 듣는 동안 ‘!쿵’족이 영화 ‘부시맨’에서처럼 순진무구한 미개인이 아니라 집단의 화합을 중시하며 여성이 남성 못지않게 가족, 사회, 경제생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사회 시스템을 갖췄음을 알게 된다.
‘집으로 가는 길’(북스코프)은 내전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의 참상을 전달한다. 저자이자 이 책의 주인공인 이스마엘 베아는 시에라리온 출신이다. 랩과 힙합을 좋아하던 평범한 소년이던 베아는 이웃 마을에서 열리는 장기자랑 대회에 참가하려고 집을 나섰다가 전쟁에 휘말린다. 베아는 전쟁이 행복한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사파리 사이언스’(효형출판)는 중학교 과학 교사이자 배낭여행 마니아인 저자가 10여 년간 스무 차례 아프리카를 여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풀어낸 과학 이야기다. 케냐 육상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유를 고도가 높아 산소량이 적은 곳에 오래 살다 보면 허파의 능력이 향상되고 헤모글로빈의 증가로 산소 운반 능력이 높아지는 데서 찾는 식이다.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웅진지식하우스)는 서구 중심의 역사관에서 벗어나 최초의 인간이 아프리카에서 세계로 퍼져 가는 과정, 높은 수준의 문명을 발전시킨 고대 아프리카 이야기, 유럽의 아프리카 침략과 아프리카인들의 저항 등 다채로운 역사를 보여준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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