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필(神筆)’로 추앙받는 중국의 무협작가 김용의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바둑은 등장합니다.
실제로 김용은 바둑으로부터 소설의 모티브를 많이 얻었다고 밝힌 일도 있지요. 그는 중국의 프로기사들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녜웨이핑 9단과는 바둑친구 사이라고도 합니다.
저는 무협소설을 좋아합니다.
한때는 무협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기도 했지요.
2000년대 중반 ‘고무림’이라는 인터넷사이트가 있었습니다.
국내 최대의 무협소설 전문사이트였고, 기성작가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였을 뿐만 아니라 신예작가들의 등용문이기도 했습니다.
난데없이 ‘필’을 받아 두어 달 가까이 새벽마다 무협소설 습작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고무림에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스토리는 ‘도덕경’을 남긴 신비의 동양 사상가 노자가 실은 도덕경 외에 한 권의 책자를 더 남겼는데, 도덕경과 달리 그 책은 초절정 검술의 비법을 담은 ‘검보(劍譜)’였고, 철학서로 알려진 도덕경은 실은 이 검보를 해석하는 세상 유일의 비서(秘書)였다는 황당한 설정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이 검보를 익힌 후예자로, 여기에 바둑의 기리를 더해 천하제일의 무공을 완성하게 됩니다.
당시 고무림의 시스템은 신인이 어느 정도 연재분량을 채우게 되면 자신만의 연재공간을 갖게 되고, 여기서 다시 심사를 거쳐 통과할 경우 진짜 연재작가의 이름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결과를 말씀드리자면 제 졸작은 심사에서 보기 좋게 탈락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유는 “문장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스토리 구성에 대한 감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 무협소설을 써보겠다는 치기는 말끔히 접었다 싶었는데 한 바둑 전문 월간지의 요청으로 바둑 관전기를 무협지 스타일로 구성하는 ‘무협관전기’라는 것을 쓰게 되었습니다.
애초 3개월 예정이었던 것이 독자들의 호응이 좋아 1년 6개월이나 연재되었으니 나름 구겨진 자존심(?)은 회복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이번 주 인터뷰 <양형모가 만난 사람>에서는 무협소설의 대부 금강 작가를 만났습니다.
작가 금강이 누군고 하면, 바로 수 년 전 제 졸작을 심사했던 위원장이었지요. ‘감각 절대 부족’의 서릿발 같은 판결을 보내온 사람도 금강 작가였습니다.
금강 작가도 바둑을 좋아하는 애기가라고 합니다.
어쩐지 제게도 기회가 온 것 같습니다.
언제 날 잡아 금강 작가와 바둑 한 수 둬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국이 끝나면 목소리 착 깔고 한 말씀 드려야지요.
“행마는 좋은데 바둑판 전체를 보는 눈이 부족하시군요.”
생각만 해도 재미있습니다. 하하하!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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