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15>雨後傘不須支, 怨後恩不須施

  • 입력 2008년 9월 29일 02시 59분


雨(우)는 비가 내리는 모습의 상형자이다. 동사로는 비나 눈 따위가 내리다의 뜻이 된다. 後(후)는 작은 걸음을 뜻하는 척(척), 작음을 뜻하는 요(요), 뒤처져 따름을 뜻하는 치(치)가 결합되어 뒤따르거나 늦다 또는 뒤의 뜻을 나타낸다. 치(치)는 느린 걸음을 뜻하는 쇠(쇠)와 의미와 형체가 모두 유사하다. 그래서 둘은 보통 뚜렷한 구분 없이 쓰인다.

后(후)는 흔히 後(후)의 약자로 쓰인다. 그러나 后(후)는 군주나 군주의 본부인을 뜻하는 다른 글자이다. 어머니가 아이 낳는 것을 나타낸 글자로 고대 모계사회의 주재자인 어머니의 최고 덕목인 생육의 의미로부터 군주의 의미가 나왔다.

傘(산)은 雨傘(우산)이나 陽傘(양산)의 모습을 꼭 닮았다. 落下傘(낙하산)도 있다. 須(수)는 ‘필요로 하다’ 또는 조동사로 ‘∼해야 한다’에 해당한다. 支(지)는 손인 又(우)로 竹(죽)의 반을 잡은 형태이다. 支撑(지탱)이나 支持(지지)처럼 받치다 또는 버티다, 收支(수지)처럼 支出(지출)이나 支給(지급)의 뜻이 있다. 또 갈라진 가지를 뜻하며 그로부터 나뭇가지인 枝(지)나 팔다리인 肢(지)가 파생되었다.

怨(원)은 怨望(원망) 또는 미움을 뜻한다. 恩(은)은 은혜 또는 사랑을 뜻하며 怨(원)과 상대적이다. 施(시)는 본래 깃발의 일종이다. 施惠(시혜)처럼 베풀거나 주다, 實施(실시)처럼 시행하다, 施設(시설)처럼 설치하다의 뜻이 있다.

원망을 들으면서까지 은혜를 베풀 필요가 없다. 베푼 그것이 폐가 되거나 적어도 은혜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베푸는 이조차 베풀면서 원망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호의도 때와 장소에 맞지 않으면 거두어야 한다. 明(명) 呂坤(여곤)의 ‘續小兒語(속소아어)’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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