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페어’ 뻔한 콘텐츠만… 상암동 DMC 전시장 가보니

  • 입력 2008년 9월 29일 02시 59분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콘텐츠 페어’의 전시 행사장.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콘텐츠를 모은 이벤트로 새로운 것이 없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콘텐츠 페어’의 전시 행사장.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콘텐츠를 모은 이벤트로 새로운 것이 없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CG-로봇 등 첨단 기술 없고 퀴즈 행사장만 북적

세금 28억 지원… 업계 “최신정보 파악 도움 안돼”

“다른 회사는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을까, 혹시 아이디어가 될 만한 게 있을까 궁금해서 왔는데…실망스럽네요. ‘행사를 한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한 행사’인 것 같습니다.”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콘텐츠 페어’를 찾은 한 인터넷 콘텐츠 업체 사업본부장의 말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한국게임산업진흥원 영화진흥위원회 등 11개 기관이 주관해서 24일∼10월 4일 열리는 이 행사에 대해 “졸속으로 이뤄진 데다 초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이벤트용 행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 오래 묵은 콘텐츠 전시에 수십억 원 들여

문화부 측은 “음악행사, 관련 학술회의, 전시, 캐릭터 쇼 등 콘텐츠와 관련된 여러 장르의 산업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이는 자리”라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31개 행사에 들인 예산은 32억5400만 원. 이 가운데 86%인 28억여 원이 국고와 서울시에서 지출됐다.

행사 첫날 콘퍼런스 초청 연사들의 면면은 주목할 만했다. 미국 마블애니메이션의 에릭 롤먼 회장, 일본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의 창조자 도미노 요시유키 등이 연단에 섰다.

하지만 관람객이 체험하는 전시와 쇼는 진행과 내용이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누리꿈 스퀘어의 디지털 파빌리온에서 열린 ‘문화기술(CT) 축제’가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주최 측은 이곳에 특수분장 로봇, 디지털 디스플레이 병풍, 전통건축물 3D 디스플레이 체험시설 등 최신 디지털 콘텐츠를 전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 살펴본 특수분장 로봇은 전기 센서 장치로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도록 만든 곰 인형이었다. 디지털 병풍과 전통건축물 디스플레이의 그래픽에서도 새로운 내용을 찾기 어려웠다.

3층으로 나눠진 전시장 내부에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은 1층에서 개그맨 김준호 씨가 진행한 퀴즈 행사장 앞이었다.

컴퓨터게임 사운드 디자이너 안성찬 씨는 “촉각을 활용한 사운드와 그래픽 기술은 이미 오래전에 보편화된 것”이라며 “왜 이런 오래된 것들을 전시하는 데 돈을 들이는지…관련 기관이 안이하게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디지털 파빌리온 앞에는 ‘팡팡 파라다이스’라는 아케이드 게임 전시 부스가 있었다. 게시판에는 ‘RFID/USN 활용 상황인지 체감형 게임’이라는 글귀가 있었다. 하지만 플라스틱 공을 던져 화면의 캐릭터를 맞히는 단순한 게임이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Ubiquitous Sensor Network’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 캐릭터 체험관도 부실

디지털 파빌리온 건너편 ‘캐릭터 타운’은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대표 캐릭터를 전시하는 공간이었으나 새로운 캐릭터의 개발 과정 등을 소개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형근(계원대 애니메이션학과 4학년) 씨는 “아이들 놀이방인지, 업계 관계자를 위한 공간인지 모르겠다”며 “다른 나라 애니메이션 동향을 볼 수 있을까 해서 왔는데 정보를 얻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행사 소개 자료 책자에는 오탈자가 적지 않았고 초청 인사의 강연 번역문에도 오역이 군데군데 보였다. 도미노의 ‘DICON 2008’ 기조강연 번역문에는 “경제의 우견오름(?)이 계속된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serious 한다면 지구의 위기를 그리는 것은 좋다고 생각했다” “조건을 충족시키는,라고 하는 요건은 필수적이면 각오해 주시고 싶다”등 앞뒤가 안 맞거나 뜻을 알기 어려운 내용이 많았다.

문화콘텐츠센터 내 ‘한스타일 명품체험관’이라는 코너는 ‘천년 전주 명품 온 브랜드 사업단’의 홍보관이었으나, 나무 칸막이 안에 저고리와 부채 등을 전시한 것이 전부였다.

이곳을 찾은 사진작가 인효진 씨는 “이곳저곳 살펴볼수록 어떤 콘텐츠를 보여 주고 싶은 건지 혼란스럽다”며 “누가 오든 쓸 만한 정보를 얻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에도 콘텐츠와 관련된 여러 장르를 전시하는 비슷한 행사가 있다”며 “행사 주제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있겠지만 한국 콘텐츠 산업에 대한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장르를 종합 전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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