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불 지핍니다!”
28일 왕실도자기축제가 열린 경기 광주시 곤지암엑스포행사장.
한 도예가가 커다란 장작을 연방 가마 입구에 집어넣자 시뻘건 불기둥이 구멍 밖으로 넘실거렸다. 가마 속 온도는 약 1200도.
생전 처음 보는 가마 구경에 아이들은 넋이 나갔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아이들은 불길이 넘실거릴 때마다 탄성을 질렀다.
다음 달 12일까지 열리는 왕실도자기축제는 조선 백자의 산실이었던 광주시의 대표 축제. 축제 기간 내내 3일 간격으로 가마의 불을 새로 지피고 도자기를 넣고 뺀다. 가마에서 도자기 굽는 것을 지켜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람객들은 그릇을 직접 만들어 2시간 속성 코스 가스화로에 구워서 집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
10월 한 달 동안 전국 곳곳에서는 각양각색의 가을 축제가 선보인다. 가히 지역 대표 축제의 경연대회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문화 볼거리는 물론 제철을 맞은 각종 특산물도 맛볼 수 있는 기회. 여기에 따뜻한 인심은 덤이다.
○ 전통문화 100배 즐기기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2008 백제 문화제’가 10월 3일부터 열흘간 충남 공주시와 부여군 일원에서 다채롭게 펼쳐진다. 특히 백제 5000 결사대의 최후의 전투였던 황산벌 전투를 그대로 재현한 행사가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의 3대 누각(樓閣)으로 꼽히는 촉석루를 휘감고 돌아가는 경남 진주시 남강변에서는 10월 1일부터 12일까지 ‘남강유등축제’가 열린다. 유등(流燈)은 물에 띄운 등불. 축제가 시작되면 4만여 개의 크고 작은 등이 남강을 수놓게 된다. 중국, 일본, 인도 등 19개국에서 출품한 풍물등도 화려한 자태를 뽐낼 예정이다.
○ 영화부터 오페라까지…고르기만 하세요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10월 1일부터 11월 8일까지 오페라하우스에서 계속된다. 축제 주제인 ‘한국을 통해, 오페라여 영원하라’는 한국 오페라 공연 60주년을 축하하는 의미.
이번 6회 축제에는 한국, 이탈리아, 독일 등 3개국 5개 오페라단이 참가해 10개 작품을 선보인다. 국립발레단의 지젤 특별공연도 함께 열린다.
아시아 최고의 영화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PIFF)’는 같은 달 2일 개막한다. 올해의 슬로건은 ‘힘내라, 한국 영화’.
9일간 총 60개국 315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PIFF를 통해 세계 처음으로 공개되는 월드프리미어는 역대 가장 많은 85편에 이른다.
도심 속 축제인 광주 ‘충장축제’는 10월 7일부터 6일간 광주 충장로와 금남로 일대에서 펼쳐진다. ‘추억의 7080’을 부제로 내걸고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끌어모아 도심형 축제의 성공모델로 꼽힌다.
세계 각국의 전통 무술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충주세계무술축제’도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10월 2일부터 8일까지 충북 충주시 유엔평화공원 터에서 열린다. 세계 30개국 52개 무술단체가 참여한다.
○ 가을에는 역시 먹을거리가 최고
인천항 여객터미널이 있는 중구 항동 연안부두 근처 인천종합어시장에서는 10월 17일 수산물 축제가 열린다. 이 어시장은 수도권 수산물도매시장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
서해안에서 잡은 꽃게와 새우 조기 광어 우럭 등 400여 종의 수산물을 평소보다 20% 정도 싼값에 살 수 있다. 시세보다 30∼40%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깜짝 경매’도 열린다. 바지락 빨리 까기, 수산물 이름 맞히기 등의 이벤트를 통해 경품을 나눠 준다.
10월 2∼5일 충남 당진군 삽교호관광지에서 열리는 ‘쌀사랑 음식문화축제’는 우리 쌀을 이용한 갖가지 먹을거리를 맛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100여 종에 이르는 세계의 쌀요리도 전시된다. 주부들을 위한 밥짓기 경연대회도 눈길을 끈다.
호남의 맛깔스러운 음식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남도음식문화 큰 잔치’가 같은 달 9일부터 13일까지 전남 순천시에서 열린다. ‘남도의 밥상, 한국인의 건강’을 주제로 22개 지역의 음식명품관, 남도 발효음식 역사관, 발효식품 생태환경관 등이 운영된다. 남도 음식을 소재로 한 요리 및 시식 대회도 펼쳐진다.
○ 산과 들, 바다로 떠나는 축제여행
김제평야는 지평선이 보이는 한반도에서 가장 넓은 들판. 김제의 가을 하늘은 황금빛 들판과 맞닿아 있다. 태양도 지평선에서 솟아 지평선 너머로 진다.
10월 1∼5일 이곳에서 지평선축제가 열린다. 소달구지를 타고 들판 길을 여행할 수 있고 벼와 밭작물을 직접 수확할 수도 있다. 김제시 전역에는 총연장 131km의 코스모스길이 조성돼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강원과 제주에서는 나란히 억새꽃축제가 펼쳐진다. 먼저 9월 27일부터 강원 정선군에서는 ‘억새! 그 영원한 생명력’을 주제로 ‘민둥산 억새꽃축제’가 시작됐다. 민둥산 해발 1100m의 허리부터 정상까지 66만 m²를 수놓은 억새 군락이 장관이다.
‘제주억새꽃축제’는 10월 18일부터 이틀간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일대에서 열린다. 신혼여행객 1000쌍이 참가할 예정인 다양한 이벤트가 볼거리다.
전국 종합·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