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밥맛’은 단백질이 좌우

  • 입력 2008년 10월 3일 02시 58분


벼이삭 맺힌 날부터 59일뒤 수확하면 좋아

변질 막으려면 15도 이하 저온에 보관해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이 그리운 계절이다. 특히 가을 햅쌀로 지은 밥은 김치만 있어도 한 그릇 뚝딱이다.

쌀의 주성분은 탄수화물. 그러나 밥맛을 좌우하는 첫째 요소는 글루테린과 프롤라민, 글로불린 같은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쌀알 표면에서 탄수화물 입자를 둘러싸고 있다. 밥을 지을 때 탄수화물 입자는 물을 흡수해 밥을 차지게 한다. 이때 쌀 표면에 단백질이 너무 많으면 물의 흡수를 막아 밥이 딱딱해진다. 반대로 단백질이 너무 적으면 밥이 부드러워져 씹히는 맛이 덜하다.

국내산 쌀의 평균 단백질 함량은 6∼9%.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맛있는 쌀은 단백질 함량이 6.5% 정도로 알려져 있다.

벼농사를 지을 때 단백질 함량을 이 정도로 맞추기는 여간 까다롭지 않다. 단백질 함량은 수확 시기나 일조량, 기온, 비료의 양 등에 따라 민감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4월 말경 씨를 뿌려 8월쯤 벼이삭이 패면 쌀알이 차오르면서 단백질 양이 늘기 시작한다. 농촌진흥청은 쌀의 단백질 함량을 시기별로 조사한 결과 벼이삭이 팬 날부터 59일 뒤 수확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보다 수확 시기를 앞당기면 단백질이 적어 품질은 좋지만 덜 익은 쌀이 많아 수확량이 준다. 늦추면 수확량은 늘지만 단백질이 많아 품질이 떨어진다.

쌀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질’은 저장온도에 영향을 받는다. 쌀알 표면에는 쌀겨기름이라고 불리는 ‘미강유(米糠油)’가 있다. 이 기름 성분은 상온에서 공기 속 산소와 쉽게 결합해 산화반응을 일으킨다. 이때 단백질이 변질될 뿐 아니라 햅쌀의 구수한 냄새는 없어지고 묵은 쌀 특유의 나쁜 냄새가 난다.

농진청 품질관리과 송진 박사는 “가정에서 쌀의 단백질 변질을 막으려면 15도 이하의 저온 상태로 보관하거나 조금씩 여러 번 구입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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