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 막으려면 15도 이하 저온에 보관해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이 그리운 계절이다. 특히 가을 햅쌀로 지은 밥은 김치만 있어도 한 그릇 뚝딱이다.
쌀의 주성분은 탄수화물. 그러나 밥맛을 좌우하는 첫째 요소는 글루테린과 프롤라민, 글로불린 같은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쌀알 표면에서 탄수화물 입자를 둘러싸고 있다. 밥을 지을 때 탄수화물 입자는 물을 흡수해 밥을 차지게 한다. 이때 쌀 표면에 단백질이 너무 많으면 물의 흡수를 막아 밥이 딱딱해진다. 반대로 단백질이 너무 적으면 밥이 부드러워져 씹히는 맛이 덜하다.
국내산 쌀의 평균 단백질 함량은 6∼9%.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맛있는 쌀은 단백질 함량이 6.5% 정도로 알려져 있다.
벼농사를 지을 때 단백질 함량을 이 정도로 맞추기는 여간 까다롭지 않다. 단백질 함량은 수확 시기나 일조량, 기온, 비료의 양 등에 따라 민감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4월 말경 씨를 뿌려 8월쯤 벼이삭이 패면 쌀알이 차오르면서 단백질 양이 늘기 시작한다. 농촌진흥청은 쌀의 단백질 함량을 시기별로 조사한 결과 벼이삭이 팬 날부터 59일 뒤 수확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보다 수확 시기를 앞당기면 단백질이 적어 품질은 좋지만 덜 익은 쌀이 많아 수확량이 준다. 늦추면 수확량은 늘지만 단백질이 많아 품질이 떨어진다.
쌀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질’은 저장온도에 영향을 받는다. 쌀알 표면에는 쌀겨기름이라고 불리는 ‘미강유(米糠油)’가 있다. 이 기름 성분은 상온에서 공기 속 산소와 쉽게 결합해 산화반응을 일으킨다. 이때 단백질이 변질될 뿐 아니라 햅쌀의 구수한 냄새는 없어지고 묵은 쌀 특유의 나쁜 냄새가 난다.
농진청 품질관리과 송진 박사는 “가정에서 쌀의 단백질 변질을 막으려면 15도 이하의 저온 상태로 보관하거나 조금씩 여러 번 구입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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