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가 끝나거나 혹은 시작되는. 떠나간 내 사랑이 어디쯤 있는지 가늠하는 나이. 그래서 두렵고 서글픈. 아니 새로운 희망이 솟구치는. 우리는 그 ‘즈음’ 어디에 있는가.
생물학적으로 30년은 꽤 긴 세월이다. 성년이 되고도 강산이 한 번 변하는. 이립(而立). 마음이 확고하게 서 흔들리지 않는다던가. 그래서 그 시기를 앞둔 이들은, 하물며 슬쩍 넘긴 이들마저도 서른이란 단어는 맘을 휘청하게 만든다.
요즘은 출판계도 서른이란 화두에 들썩인다. 상반기 갈 곳을 잃은 서른의 텅 빈 마음을 슬쩍 어루만지더니, 하반기엔 아직 젊다고 어깨를 두드린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갤리온)와 ‘서른 살, 꿈에 미쳐라’(웅진지식하우스)가 두 주인공.
올해 2월에 출간돼 이미 20만 부를 훌쩍 넘긴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에서 30세는 이립의 나이가 아니다. “내 인생,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게도 다시 사랑이 올까.” 10대, 20대와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불확실함과 두려움에 가득 찬 나이다.
저자에 따르면 서른 살은 특별한 나이가 아니다. 학문적으로 인간의 역사는 아동기, 사춘기, 초기 성인기(21∼40세), 중년기(40대), 갱년기(50대), 노년기(60대 이상)로 나뉜다. 전환기로 언급도 안 된단 소리다. 과거 관점에서 서른이란 일과 가정을 꾸려 나가기에 ‘여념’이 없던 나이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나이대들은 여념이 생겨났다. 서구와 달리 한국의 20대는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종족이다.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하지만 서른 안팎이 되면서 유예기간은 마감에 다다른다. 졸업, 직장, 결혼, 사회…. 별다른 연착륙 기간도 없이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속으로만 눈물을 삼키는.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는 그 울고 싶은 마음에 어깨를 빌려준다. 토닥토닥. “괜찮아, 다 잘될 거야.”
최근 두 달 사이 3만 부가량이 팔리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서른 살, 꿈에 미쳐라’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어학연수도 안 간 토종 한국인이 직장생활하며 주경야독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원에 입학, 조그만 동양 여자가 세계적인 금융회사에 당당히 합격. 얼핏 흔한 성공 스토리로 치부할 만한 책이지만 한 가지 중요한 메시지가 담겼다. “꿈을 포기하기에 서른은 너무 젊다.”
사실 저자는 좋은 학교에 괜찮은 직장을 다니던 이다. 안주했더라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인생을 꾸려나갔을 터. 하지만 저자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가슴을 억지로 진정시키지 않았다. ‘하면 된다’가 아니라 ‘하고 싶은 건 하자’가 중요했다. 그 꿈을 향한 도전에 독자들은 박수를 쳤다.
인생은 쉽지 않다. 일곱 살짜리 아이도 고민이 있고, 환갑이 지난다고 마음의 평정을 얻는단 보장은 없다. 나이나 세고 앉아 깜빡하고 있었던 것. 고개를 숙이지도, 한숨쉬지도 말자. 이제 겨우 서른인 것을. 김광석이 돌아와 마흔 즈음을 읊어주지 않는 이상, 여전히 서른은 꿈을 꾸는 나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