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 효과’ 실제로 있었다

  • 입력 2008년 10월 6일 02시 56분


정몽헌때 남성, 이은주-정다빈때 여성 자살자 급증

유명인이 자살을 하면 일반인이 따라서 자살하는 현상인 ‘베르테르 효과’가 실제로 국내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임두성(한나라당) 의원이 5일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월별·성별 자살자 수’(2003∼2007년)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유명인이 자살한 직후 모방자살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몽헌 현대 회장이 자살한 2003년 8월 남성 자살자 수는 총 855명으로, 전달인 7월(737명)보다 118명 늘었다. 다음 달인 9월 777명보다도 78명이 많았다. 2003년에는 8월 자살자 수(남녀 합계 1252명)가 가장 많았다.

영화배우 이은주 씨가 자살한 2005년 2월 이후에는 여성 자살자 수가 급증했다. 그해 2월 240명이던 여성 자살자 수는 이 씨가 자살한 직후인 3월에는 462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2007년 1월 21일, 2월 10일 각각 자살한 가수 유니 씨와 탤런트 정다빈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2007년 1월 여성 자살자 수는 289명이었으나 2월에는 534명으로 급증했다.

최근 탤런트 안재환 씨의 자살 이후에는 자살 상담자 수가 급증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보건복지콜센터 129’에 접수된 자살 상담자 수는 8월 220명에서 안 씨 자살 직후인 9월에 439명으로 늘었다.

임 의원은 유명인의 자살이 미치는 파급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며 “자살예방 및 생명 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안이 시급히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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