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23>獨行不慚影, 獨寢不愧衾

  • 입력 2008년 10월 9일 02시 59분


獨(독)은 개를 가리키는 견(견)이 의미요소이다. 개는 만나면 잘 싸우며 혼자 지낸다고 여겨졌다. 반면 양은 무리를 잘 이루어 群(군)의 의미요소로 쓰였다. 慚(참)은 부끄러워하다 또는 부끄러움을 뜻한다. 慙(참)으로도 쓴다. 뒤의 愧(괴)도 같은 뜻이다.

影(영)의 의미요소로 쓰인 삼(삼)은 털을 잘 빗긴 모양으로, 形(형)이나 彩(채)에서처럼 그 뜻이 무늬나 모양과 관련됨을 나타낸다. 影(영)은 그림자 또는 형상을 뜻하며 影幀(영정)처럼 초상을 가리키기도 한다. 月影(월영)은 물에 비친 달이나 구름에 흐릿하게 가린 달을 가리키며, 달 또는 달빛을 의미하기도 한다. 影響(영향)은 그림자와 메아리이며, 그로부터 어떤 작용이 다른 것에 미치는 현상을 뜻하게 됐다.

寢(침)은 집안에 눕다의 본뜻에서 잠자다 또는 방의 뜻으로 확대됐다. 就寢(취침)이나 寢室(침실)처럼 쓰인다. 그런데 寢(침)은 2(침)에서 인(인) 대신 나뭇조각을 뜻하는 장(장)이 쓰인 형태로 뒤에 만들어진 글자다. 원래 글자인 2(침)은 집 안에서 사람이 손으로 비를 들고 쓰는 것을 나타냈다. 북방에서 온돌 위에 자리를 펴고 눕기 전에 반드시 비로 먼지를 소제하는 풍속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侵(침)은 侵蝕(침식)에서처럼 조금씩 점점 나아감을 뜻하는데, 역시 사람이 비를 들고 한걸음씩 바닥을 쓸어 나아가는 것에서 나온 뜻이다. 衾(금)은 이불이다. 衾枕(금침)은 이불과 베개로 침구를 뜻한다.

남이 없는 곳에서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는다면 남의 앞에서 할 까닭이 없다. 그래서 혼자일 때를 신중히 하라고 한다. 그렇게 언제나 부끄러울 것 없이 떳떳할 수 있다면, 속으로 우려하고 겉으로 두려워할 일도 없다. 北齊(북제) 劉晝(유주)의 ‘新論(신론)’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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