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리포트]누가 뭐라든 상관 않는 ‘뉴풍당당’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2시 54분


사전(辭典)적 의미의 뉴요커(New Yorker)는 ‘뉴욕 토박이, 혹은 뉴욕 시민’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뉴요커의 범위는 훨씬 좁아진다.

뉴욕 시의 하루 유동인구는 1000만 명. 이 중 여의도 10배 크기에 이르는 맨해튼 섬에 실제 살고 있는 시민의 수는 300만 명이다. 그럼 맨해튼에 사는 그들을 전부 뉴요커라고 부를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뉴요커는 몇 가지 공통된 특성과 생활패턴을 갖고 있는 집단이다. 뉴욕의 한 유명 주간지는 ‘뉴요커를 구별하는 118가지 항목들’을 열거했을 정도다.

무엇보다 뉴요커들은 지극히 개인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노바디 케어스(Nobody Cares) 종족’이라 불릴 정도로 남이 무슨 짓을 하든 신경쓰지 않는다. 햇볕이 좋은 날이면 탁 트인 공원이나 빌딩 옥상에서 일광욕을 즐긴다. 누군가 공공장소에서 해괴망측한 차림으로 밤새워 춤을 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단,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때에 한해서다. 그들은 또한 옳고 그름이 분명한 것을 좋아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당당하다. 도로에 차가 없으면 무단횡단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식이다.

뉴요커들은 자기중심적이지만 동시에 자기관리에는 아주 철저하다. 한국에서 친숙한 웰빙 열풍도 바로 뉴요커들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유기농을 선호하고, 칼로리를 계산해가며 음식을 먹으며, 조깅과 요가를 즐긴다.

뉴요커들은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길 원한다.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보다는 주로 평일에 외출을 한다. 클럽에 가더라도 멤버십 회원만 이용하는 프라이빗한 곳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최근 뉴욕은 점점 간판 없는 비밀 클럽이나 바가 느는 추세다. 일부 상류층이 이용하는 클럽들은 초대장이 없으면 아예 발을 들일 수조차 없다. 뉴욕에 할리우드 스타들이 많다지만 정작 그들을 보기 힘든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고 뉴요커들이 항상 최고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캐비아 요리를 먹다가도 길거리에서 1달러 25센트짜리 핫도그로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것이 이들이다.

입는 것도 마찬가지다. 뉴요커들은 패션 트렌드에 민감하지만 절대 명품만으로 치장하진 않는다. 고가의 브랜드 제품과 빈티지 숍 등에서 싸게 산 아이템을 적절히 매치시키는 이들의 센스는 탁월 그 이상이다.

결국 뉴요커, 뉴요커의 삶이란 단지 길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을 하든 자기 자신에게 당당하고 매사에 자신감있게 임하는 모습 그 자체일 것이다.

박영하·최지원 younghany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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