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책향기]“누구 말발이 더 셀까?” 佛논객2명 입담 대결

  • 입력 2008년 10월 11일 02시 56분


프랑스의 플라마리옹이라는 출판사는 몇 달 전 소문 하나를 흘렸다.

“프랑스의 가장 유명한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책이 곧 출판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출판계는 물론이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궁금증이 증폭됐고 추측이 난무했다. 소설가 미셸 우엘베크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부인인 카를라 브루니 사이의 대화일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브루니가 최근 우엘베크의 시에 곡을 붙여 노래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이런 추측의 배경이었다.

이번 주초 출판사 측이 책을 공개하면서 궁금증이 풀렸다. 두 명 중 한 명은 우엘베크가 맞았다. 현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 명이다. 다른 한 명은 브루니가 아니라 베르나르앙리 레비였다. 철학자, 작가, 영화감독, 저널리스트 등 수많은 타이틀이 붙는 그는 프랑스에서 가장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비밀이 공개되자 프랑스가 시끌시끌하다. 두 사람 모두 번번이 논쟁을 일으키는 작가이고 철학자라는 점에서 둘의 조합이 갖는 ‘폭발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엘베크는 50세의 나이에도 ‘앙팡 테리블(문제아)’로 불린다. 그는 허무주의자이며 독설가다. ‘섹스 집착자, 여성차별주의자, 이슬람 증오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그의 어머니가 최근 쓴 자서전에서 아들인 우엘베크를 향해 내뱉은 독설이 화제가 될 정도다. 그의 어머니는 우엘베크를 “거짓말쟁이고 사기꾼이며 돈과 명예를 위해선 무엇이든 한다”고 비난했다.

올해 60세인 레비는 프랑스에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철학자다. 그러나 잦은 TV 출연으로 쌓은 인지도라는 비아냥거림도 많다. 인권운동가로도 활동하지만 “사회 문제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명성에만 집착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는 20대 때 신(新)철학을 내세우며 쓴 책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함께 저술한 적이 없었다. 작가로서 사상가로서 이렇다 할 공통점도 없다.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독자로부터, 미디어로부터 자주 조롱을 받는다’는 점이다.

다음 주초 서점에 등장할 책의 제목은 ‘공공의 적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서로 주고받은 편지를 수록한 책이다. 두 사람의 입담 대결에 프랑스의 서점가는 벌써부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선주문만 10만 권에 이른다고 출판사 측은 밝혔다.

책에는 문학, 유머, 사랑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자신들에 대한 평판을 반박하는 글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 문화계 인사들에 대해 나눈 노골적 대화도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한두 줄 정도는 언론을 통해 이미 소개되고 있다.

“나라가 강하면 작가들이 표현하는 어떤 종류의 염세사상도 용인한다. 1950년대 프랑스는 카뮈, 사르트르 같은 사람을 인정했다. 그러나 2000년대의 프랑스는 나 같은 사람을 참으려 하지 않는다.”(우엘베크가 레비에게)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가능한 모든 설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더라도 결국은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위해 ‘하는 척’만 하는 사람으로 여겨지면서 내 명성은 악화될 것이다.”(레비가 우엘베크에게)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