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씩이나 진땀
“죽기도 어렵네”
조선시대 마을 강가에서 시체 3구가 발견됐다. 아빠는 간, 엄마는 쓸개가 빠진 채 살해됐고 아이도 싸늘한 시체가 됐다. MBC드라마넷 ‘별순검 시즌 2’ 5화 ‘사라진 가족들’ 편은 한(恨) 많은 세 식구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이 사건의 배후와 별개로 드는 의문 하나. 실제 제작현장에서 시체는 어떻게 만들까.
12일 오전 1시경 경기 포천시 대진대 캠퍼스에 세워진 버스에서는 ‘별순검’ 조재혁 분장팀장이 남자 배우의 수염을 고르고 있었다. 인기척이 들리자 푸르스름해진 낯빛에 퀭한 눈의 한 남자가 고개를 쓱 돌려 바라본다. 아버지 역할의 서영복이다. 얼굴 분장을 마치고 저고리를 벗으니 분장팀 세 명이 달려들어 스펀지로 온몸을 두드린다. 시체 특유의 푸르죽죽한 피부색을 표현하기 위해 ‘슈프라 컬러’라는 분장 재료를 사용한 것.
대사 없는 시체 역을 위해 다섯 번 같은 분장을 했다는 배우 서 씨의 한마디는 “죽는 것도 쉽지 않다”.
질식사하거나 익사한 시체가 나오는 이 드라마의 시체 분장은 주인공 분장만큼 비중을 차지한다. 조 팀장은 “어떻게 하면 실제처럼 보일까를 연구하기 위해 외국 사이트에서 사진을 참고한다”며 “케이블 TV 특성상 구체적 묘사보다 그럴듯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체육관 지하 1층의 ‘검안실’ 세트장에는 분장 버스에서 봤던 배우와 똑같이 생긴 모형 시체가 누워 있었다. 배우의 시체 분장과 별도로 제작팀은 비중 있는 시체에는 ‘더미(Dummy)’라고 불리는 모형을 제작한다. 5화에서는 세 가족 중 검시 장면에 등장하는 아버지 서 씨의 더미가 사전 제작돼 배달됐다. 통상 더미 제작에 걸리는 시간은 3, 4주로 재료비가 300만 원가량 드는 비싼 ‘시체’다.
“야, 이거 다리털이 왜 이렇게 적어. 좀 더 심고 와야겠다.” 더미를 제작한 이무일 특수분장사는 도착한 더미가 배우의 몸과 다르자 수정작업에 들어갔다. 잠시 후 분장팀은 구석에 감춰진 작은 박스 안의 비닐봉지를 뜯었다.
오늘 분장의 하이라이트인 ‘터진 내장’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수원의 한 시장에서 공수해온 돼지 내장은 배를 가른 더미에 조심스럽게 삽입됐다. 더미의 거죽과 돼지의 장기가 결합하는 기묘한 순간,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문득 이 더미의 최후가 궁금해졌다.
“시체마다 사인이 워낙 특수하고 요즘 영화나 드라마의 공포물 제작도 뜸해져서 재활용하기 힘들어요. 버리기도 뭐해서 천덕꾸러기처럼 그냥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느 순간 없어지더라고요.(웃음)”(이무일 분장사)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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