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벽돌, 그 따뜻한 유혹
“그냥 붉은 벽돌이 아니라 건물을 헐어내고 추려 모은 재활용 고(古)벽돌을 썼습니다. 파(破)벽돌이라고도 하는데, 길게는 수십 년 넘는 세월이 묻어 있죠. 딱딱해지기 쉬운 새 건물의 표정에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입혀주는 재료입니다.”
길가에 나선 벽돌붙임 각기둥은 이 집의 첫인상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요소다. 가까이 다가서서 살피면 곳곳에 희끗희끗한 반점들이 보인다. 오래된 건물을 헐면서 벽돌에 묻어 나온 시멘트 자국이 옛 시간의 흔적을 새집에 보태고 있는 것이다.
집주인은 회사원 최종수(35) 씨. 그는 2007년 결혼을 앞두고 부모를 모시고 살기 위해 이 집을 마련했다.
“처음에는 198m²(60평) 정도의 아파트를 알아봤죠. 그런데 땅 사서 집을 짓는 게 더 저렴하고, 부모님 모시고 지내기에도 훨씬 좋겠더군요. 친척을 맞고 제사를 치르는 큰집 역할 하기도 편리합니다.”
그는 소유하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부모 집을 전세 내 건축비 5억 원을 마련했다. 210m² 용지에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 건축면적 97.47m²의 작은 집 설계에 꼬박 5개월이 걸렸다.
“건축 공사 일을 하셨던 부친께서 마감재 선택 등 디테일에 꼼꼼히 관여하셨어요. 여러 설계사무소를 가 봤지만 이재하 씨처럼 성의 있게 답하는 사람이 없었죠. 2층 내벽 한쪽을 유리와 직물로 마감한 것은 아내와 제 아이디어입니다. 볼 때마다 뿌듯해요.”(최 씨)
1층은 부모의 공간이고 2층은 최 씨와 아내 김동현(33) 씨가 사용한다. 김 씨는 “솔직히 부모님 모시고 사는 게 걱정됐는데 층을 다르게 쓰니 아무 불편이 없다”고 말했다. 11월 첫돌을 맞을 아들 수현이 등 3대가 모인 집에 따뜻한 느낌을 더하는 또 다른 재료는 나무다.
벽돌이 바깥쪽 표정을 결정한다면 나무는 이 집의 담장 안쪽 이미지를 구성했다. ㄱ자형 건물의 한쪽 표면은 방부 처리한 소나무 판으로 감쌌다. 건물 가장 아래는 콘크리트, 그 위에는 붉은 벽돌, 울타리 안쪽에는 나무를 드러내 집 전체에 안정감을 준 것이다.
주차장 위 정원은 이 씨가 고민했던 부분이다. 비탈진 용지를 약간 파내고 철근콘크리트를 앉혀 만든 지하주차장. 그 위에 흙과 잔디를 까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씨는 건축주와 의논해 짙은 색 나무 판으로 이 작은 뜰을 덮었다.
“흙에 고이는 물이 주차장으로 새어 들어갈 것도 걱정이었지만 콘크리트 위에 흙을 얹고 풀을 심는 게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땅의 기운을 느낄 수 없는 어색한 뜰 대신 시원한 대청마루를 선택한 거죠.”(이 씨)
이 씨가 추천해 건물 앞에 심은 자작나무 세 그루와 나란하게 죽죽 그어 올린 벽면 곳곳의 긴 틈은 얼핏 단순해 보이는 이 집의 외관에 악센트를 더하는 요소다. 이 틈은 날씨와 햇빛 방향에 따라 그림자의 농담(濃淡)을 달리하며 건물 입면의 표정을 풍성하게 만든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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