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茶와 樂이 만나다…‘다악’ 다음달부터 美-유럽 순회공연

  • 입력 2008년 10월 16일 02시 59분


서울남산국악당에서 9일 새롭게 선보인 ‘다악(茶樂)-벗을 그리며’. 논어 ‘학이’ 편을 토대로 한 스토리에 차와 음악, 춤이 어우러진다. 사진 제공 한국창작음악연구회
서울남산국악당에서 9일 새롭게 선보인 ‘다악(茶樂)-벗을 그리며’. 논어 ‘학이’ 편을 토대로 한 스토리에 차와 음악, 춤이 어우러진다. 사진 제공 한국창작음악연구회
논어 ‘학이’편 소재…드라마 보는 듯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멀리서 친구가 찾아온다.

그러나 친구는 오랜 여행 끝에 그만 몸이 상했다.

친구를 위해 선비는 말차(抹茶)를 준비하고, 건강 회복을 비는 춤을 춘다.

부인은 거문고를 켜면서 노래를 하고, 서화를 그리며 객들에게 차를 대접한다.

차를 마실 때 듣는 음악인 ‘다악(茶樂)’.

‘티 뮤직(Tea music)’으로 해외에 널리 알려진 이 공연은 무대 위에서 다례(茶禮)와 음악, 서화, 명상, 선무(禪舞)를 보여주는 복합 퍼포먼스이다. 》

1998년 처음 공연된 이후 10집 음반을 낸 ‘다악’이 스토리를 담은 입체극 ‘다악-벗을 그리며’로 다시 태어났다. 이 공연은 11월 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와 뉴욕, 내년 3월 유럽 순회공연에서 개런티를 받는 문화상품으로 해외 진출에 나선다.

○차 마시는 문화는 보편적 소재

‘다악’이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5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의 공연이었다. 당시 객석에 있던 바버라 스케일스(캐나다 시나르 아트페스티벌 수석 부회장) 씨의 눈에 띄었던 것. 그는 “다악을 보고 호텔로 들어와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이 공연은 서구에서도 통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다악’의 해외 에이전트를 맡은 스케일스 씨는 2006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시나르 페스티벌, 2007년 미국 뉴욕 공연예술프레젠터협회(APAP) 콘퍼런스, 뉴질랜드 오클랜드 페스티벌 등의 무대에 ‘다악’을 세워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는 세계적인 음반사인 낙소스를 통해 ‘다악’ 음반을 전 세계에 유통시키는 협상도 진행해왔다.

그는 “캐나다에 있는 친구에게 ‘다악’ 음반을 선물했더니 마음이 가라앉아 사무실에서 종일 듣게 된다고 했다”며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듣고, 친구와 우정을 나누는 것은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소재”라고 말했다.

10년간 ‘다악’을 이끌어 온 김정수(추계예대 교수) 한국창작음악연구회장은 “스피드의 시대에 ‘다악’은 느림과 웰빙의 공연이라 서양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특히 선비 부부가 서로의 재능을 존경하는 사랑방 문화가 인상적이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문화전쟁 시대, 스토리텔링이 중요

스케일스 씨는 지난해 한국을 찾아 ‘다악’의 세계화를 위해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드라마로 재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퍼포먼스 위주였던 ‘난타’와 ‘점프’도 요리, 결혼, 도둑 등의 삶과 결합된 보편적 스토리로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년 만인 9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다악’의 새 프로덕션인 ‘벗을 그리며’를 보기 위해 방한한 스케일스 씨는 “마치 수많은 보석장식이 가지런히 박힌 아름다운 반지와 같다”면서 “내가 상상하던 그대로를 재현해 주다니 정말 대단하다”며 소리를 질렀다.

김석만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논어(論語)의 학이(學而) 편을 주제로 삼아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오는 이야기로 대본을 쓰고 연출했다. 새 프로덕션은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연주자들이 등퇴장하는 여느 국악공연의 분위기와 완전히 달랐다. 사대부 선비(대금), 정경부인(거문고, 그림, 다례), 시자(정가), 친구(선무) 등을 맡은 연주자들은 70분간 무대 위에서 연기와 퍼포먼스까지 소화해냈다.

스케일스 씨는 “일본과 중국에서 ‘다악’을 이야기하면 ‘한국에도 다례가 있느냐. 다례는 원래 우리 문화’라고 주장하는 걸 들었다”며 “유럽이든 아시아든 글로벌 문화전쟁의 시대에 원래 누구 것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누가 더 훌륭한 예술작품을 창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02-2272-2152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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