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리포트]예술의 옷을 입은 방직공장

  • 입력 2008년 10월 17일 03시 02분


중국을 향한 세계의 시선은 경제뿐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 걸친 영역으로 옮아가고 있다. 그 중 가장 뜨겁게 주목받는 분야는 단연 예술이다.

중국의 예술이라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공산주의 선전성이 짙은 포스터들?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국가주석을 모티브로 한 그림들? 산수화와 동양화?

물론 지금도 모두 이뤄지고 있는 작업들이다. 하지만 세계가 진정 주목하는 분야는 중국의 현대미술과 디자인이다. 이런 점에서 예부터 중국 예술인들의 요람이었던 상하이라는 도시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중국 예술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예술가들에게 표현의 자유가 부여되면서부터다. 이후 탄생된 작품들은 세계 미술시장에서 관심을 끌었고,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과 맞물려 발전을 거듭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아시아 디자인 수도’로 선정된 상하이는 더욱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상하이의 예술 및 디자인 관련 인력은 배가(倍加)하고 있다. 다양한 테마를 가진 예술단지들이 시 곳곳에 형성돼 향후 10년 안에는 이런 예술단지들이 상하이 전역에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예술단지들의 형성 배경이다. 시 중심 부근의 자리잡았던 산업단지들이 외곽으로 옮겨가고 홀로 남은 공장들은 새로운 주인들을 기다려야만 했다. 꽤 긴 시간 버려져 있던 폐(廢)공장들은 어느날 예술가라는 주인을 만나면서 다시 활력을 띠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버려진 방직공장을 개조한 예술단지 모간산루(莫干山路) 50호와 옛 상하이 서민들의 주택을 보수해 만든 타이캉루(泰康路) 예술단지 등이 있다. 재활용을 통한 창조라는 점과, 예술인들이 현지의 부동산가격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뉴욕의 소호나 미트패킹 지역 등과 닮았다.

이 예술단지들에서는 중국 전역의 예술인들, 유학파와 화교출신 예술인들의 활동으로 현대미술, 디자인, 인테리어 등에 걸쳐 다채로운 예술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중국 예술은 초기엔 역사적, 사회적 배경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오늘날에는 그 자체의 깊이와 가치를 인정받아 더 넓은 세계로 다가가고 있다. 중국 미술품 재테크를 시작한 사람도 많다.

한 나라와 도시를 가장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경로는 예술이 아닐까 싶다. 지난달 9일 개막한 ‘상하이 비엔날레’가 시 중심부 상하이미술관에서 11월 16일까지 계속된다. 예술과 중국, 그리고 상하이에 관심이 있다면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해 상하이 비엔날레와 함께 상하이 곳곳의 예술단지들을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황석원 sukwon8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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