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경력 베테랑 아나운서이지만 그녀는 3년차 주부이자 16개월 된 아들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미처 몸의 붓기가 빠지기도 전인 출산 두 달 만에 방송에 복귀한 황정민은 ‘워킹맘’으로의 생활을 1년 넘게 하고 있다.
황 아나운서는 “모유수유 원칙론자로서 아침에 아기가 먹을 밥을 미리 만들어두고 출근하느라 힘들었다”면서 “처음에는 아기 맡길 곳도 마땅치 않아 발을 동동 굴렀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아이 맡기는 일은 양쪽 모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청취자의 매일 아침을 책임져왔지만 정작 남편과 가족에 소홀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매일 아침 방송을 하다보니 남편 넥타이 한 번도 못 매준 게 마음에 걸린다. 지금은 아기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엄마라서 미안하다.”
출산 휴가가 끝나고 회사에 복귀한 때도 쉽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 서는 직업이라 운동으로 살을 빼고 싶어도 귀가하기 바빠 시간도 없고, 모유수유 때문에 먹는 양도 줄일 수 없는데 작아서 못 입는 옷들이 쌓여있는 것을 보면 산후 우울증이 겹쳐 밀려왔다.
“너무 우울해서 몇날 몇일을 눈물로 보낸 적도 있다. 우울증 전문인 정신과 의사 남편은 ‘미역국 많이 먹어’라는 말을 해줬다. 그 말이 맞았다. 호르몬 발란스가 잠시 균형을 잃었던 것 뿐이었기에 잘 먹고 시간이 지나자 진짜 거짓말처럼 우울증 증상이 싹 없어졌다.”
출근 전 아기 젖을 짜두고 나가려면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잠도 덜 깬 아기를 달래가며 ‘너가 엄마 때문에 고생한다’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젖먹이를 가까스로 떼어두고 라디오 부스 안에 앉은 복귀 첫날, 라디오 설정극 중 ‘오드리’ 역할의 고음 처리가 되지 않아 당황하기도 했다.
그는 “집에서 아기와 지낸 두 달 만에 수년간 해온 방송 캐릭터를 잊어버리다니, 긴장이 밀려왔다”고 웃었다.
평소 다른 약속을 잡지 않고 방송국 일이 끝나면 집으로 가기때문에 집에 들어가면 바로 아이와 놀아주느라 메일 확인을 위해 컴퓨터 한번 켜기도 쉽지 않다.
“아침 방송 때문에 저녁 스케줄 잡기도 힘들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풀 시간도 없는데도, 가족에게 늘 미안한 것이 ‘워킹맘’인 것 같다. 하지만 저와 제가 사랑하는 일을 이해해주는 가족은 내게 늘 힘을 주는 존재다.”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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