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소통]‘백남준아트센터’ 개관전 편하게 둘러보기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2시 59분


“그에게 비디오는 그저 놀이이자 게임 어려워 말고 즐기세요”

‘마르셀 뒤샹은 이미 비디오 아트를 제외하고 모든 것을 다 이뤄 놓았다. 그는 입구는 아주 커다랗게 만들어 놓고 출구는 작게 만들어 놓았다. 그 조그만 출구가 바로 비디오 아트이다. 그리로 나가면 우리는 마르셀 뒤샹의 영향권 밖으로 나가는 셈이다.’(백남준)

백남준이 열어 놓은 작은 문은 미디어 아트라는 넓은 출구로 이어지고 있다.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한 백남준의 정신을 기리는 아트센터(031-201-8500)가 경기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 85에 문을 열었다. 검은 유리벽의 백남준아트센터, 맞은편 신갈고 체육관과 지앤아트센터에서 내년 2월 5일까지 계속되는 개관 기념 축제 ‘NOW JUMP!’를 찾았다.

잔칫상은 푸짐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욕심’으로 인해 ‘소화불량’이 염려되는 대목도 있지만 하루 날 잡아 여유 있게 둘러볼 만하다. 우리가 익히 아는 비디오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보다 음악 철학 인문학 종교 등을 넘나들었던 백남준을 총체적으로, 동료 작가들과의 맥락에서 조명한 것이 특징. 첨단 미디어 아트가 중심인 만큼 어느 정도 난해함과 낯섦은 각오해야 하나 주눅 들 필요는 없다.

“백남준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TV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그냥 놀이이자 게임으로 생각했다. 즐거움과 기쁨을 주고 사람들이 직접 신체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예술을 평생 밀고 나간 것이다.”(이영철 관장) 백남준의 남다른 발상과 소통하는 개관 축제에서 놓치기 아까운 7가지 관람 포인트.

①TV 정원=초록빛 식물 사이에 숨겨진 80여 대의 모니터로 구성된 백남준의 비디오 설치작업. 계단을 반 층 올라가 인공과 자연의 조화 속에 움직이는 영상과 색채도 내려다볼 것.

②엘리펀트 카트=전화기 축음기 TV 오디오케이스 등으로 만든 백남준의 거대한 코끼리 마차.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유머러스한 대작.

③천국=전시장에서 만나는 색다른 공연. 올 아비뇽 페스티벌의 주빈 작가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설치 퍼포먼스다. 물이 쏟아져 내리는 난파선의 구멍에 끼어 있는 출연자는 생사의 경계에서 허우적거리는 인간을 상징. 맞은편 료지 이케다의 ‘스펙트라 Ⅱ’에서 좁은 복도를 걸어가며 체험하는 빛과 사운드도 독특하다.

④삼원소=국내에서 만나기 힘든 백남준의 레이저 작품. 레이저 불빛이 거울을 통해 반사되면서 신비롭고 무한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⑤창밖의 자연풍경=2층 전시를 보기 전 쉬어 갈 수 있는 곳. 음악을 모티브로 한 공간으로 개인 부스가 설치돼 작은 동산을 내다보며 황병기 씨, 아널드 쇤베르크 등의 음악과 영상을 감상.

⑥미로 같은 전시공간=건축가 서승모 씨가 디자인을 맡은 신갈고 체육관. 김구림 씨 등 국내외 작가의 작품을 본 뒤 스탠드로 올라가 바라본 내부공간은 미래도시 같다.

⑦글라스박스=지앤아트센터 푸른 방에서 네온으로 번쩍이는 ‘터무니없어 보이는 아이디어가 결국 성공한다’(빅 판 데르 폴)는 문구는 백남준에 대한 오마주 같다. 건물 지하에 자리한 크리스 베르동의 ‘박스’는 검은 안경을 끼고 강한 빛을 바라보는 동안 하이너 뮐러의 시가 흘러나온다.

용인=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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