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전막후]헉! 공연중에 바이올린 줄이 그만…

  • 입력 2008년 10월 23일 02시 59분


옆자리 악장 악기 빌려서 연주 계속

“흐름 끊길라” 남은 줄만으로 강행도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불새’ 공연. 지휘자 에사 페카 살로넨의 다이내믹한 지휘가 객석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공연 도중 피터 스톰프 첼로 수석의 현(絃)이 ‘툭’하고 끊어졌다. 첼로 수석은 옆자리에 앉은 부수석과 첼로를 바꿔서 연주했고, 부수석은 호주머니에서 여분의 줄을 꺼내 무대 위에서 급히 줄을 교체했다.

오케스트라 공연 도중 협연자나 단원들의 악기의 줄이 끊어지는 해프닝은 심심찮게 일어난다.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 씨는 “무대 중심에서 협연하는 솔리스트의 바이올린 줄이 끊어지면 악장의 바이올린을 빌리고, 악장은 부악장의 것을 ‘빼앗아’ 연주하다 보면 솔리스트의 악기가 맨 뒷줄 단원에게 가 있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악기를 빌리는 이유는 흐름이 오케스트라 연주의 생명이기 때문. 남의 악기로 연주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세계적인 연주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제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일본인 바이올리니스트 고토 미도리는 15세 때인 1986년 탱글우드 음악제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보스턴 심포니와 공연 도중 바이올린의 줄이 끊겼다. 미도리는 악장에게 빌린 바이올린의 줄이 끊겨 다시 부악장의 악기를 쓰는 곤욕을 치르면서도 연주를 마쳐 관객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았다. 다음 날 뉴욕타임스는 1면 기사에서 “15세의 소녀가 3개의 바이올린으로 탱글우드를 정복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작 펄만은 장애인 후원음악회에서 협연 도중 줄이 끊어지자 악기를 바꾸지 않고 3개의 현만으로 연주해 감동을 주었다. 당시 그는 “삶이란 뜻하지 않은 어려움의 연속이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연주 도중 줄이 끊겼을 때 겪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악장에게 바이올린을 빌리려고 했는데 응하지 않자 급한 마음에 빼앗아 공연을 마쳤어요. 나중에 악장이 사과했는데 알고 보니 오케스트라의 후원자가 사준 그 바이올린은 계약서에 악장만 사용하도록 돼 있더군요. 그날 객석에 그 후원자가 와 있어서 난처했나 봐요.”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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