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원수인 숙부 클로디어스를 살해한 뒤 햄릿은 죽는다.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연극 ‘노래하듯이, 햄릿’(배요섭 연출)은 유명한 희곡 ‘햄릿’에서 죽은 등장인물들을 불러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작품은 차별적인 오브제의 활용으로 다른 햄릿들과 구별된다. 햄릿, 클로디어스, 오필리어 등 망자들을 ‘종이로 만든 인형’이 연기하도록 하는 것. 이야기는 무덤지기 광대들이 죽어서도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유령으로 떠도는 햄릿(인형)을 만나면서 전개된다.
아버지의 죽음, 숙부와 결혼한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 숙부가 아버지의 원수라는 걸 알고는 충격을 받는 햄릿….
이 잘 알려진 이야기가 광대들이 번갈아 조종하는 인형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될 때 묘한 거리감이 생긴다. 분개하면서도 고뇌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햄릿 인형을 광대들은 움직여주고 목소리를 내준다. 그런데 관객들은 햄릿의 감정에 몰입되기보다는, 햄릿의 우유부단함을 냉철하게 바라보게 된다.
이 거리감을 좁혀주는 것은 또 다른 오브제인 ‘가면’이다. 광대들은 때때로 햄릿의 인물을 나타내는 가면을 쓰고 연기한다. 오필리어 가면을 쓴 배우(황혜란)가 햄릿으로 인한 사랑의 상처를 호소할 때, 보는 사람은 안타까움을 느낀다. 조종자와의 거리가 먼 인형과 달리 직접 얼굴에 붙는 가면은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24일∼11월 2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11월 7∼30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설치극장 정미소.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 7시, 일요일 오후 3시. 1만5000∼3만 원. 0505-388-9654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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