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키타 현의 자랑거리다.
혼슈의 도호쿠(東北)지방 북서쪽으로 바다(서쪽의 동해)와 산(동쪽의 1000m급 산악 오우 산맥)에 가로막힌 한겨울 눈 고장, 아키타 현.
위도는 39도. 북한의 함흥에서 곧장 정동 쪽으로 배를 타고 가면 만난다.
‘탄소 프리(free)’가 화두로 등장한 지구촌.
여행에도 ‘녹색 옷’을 입힌다면 일본에서는 단연 아키타 현이다.
시절도 바야흐로 온천을 그리는 계절이니 아키타 숲 속의 비탕(秘湯)으로 마음이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나쓰세 온천의 숲 속 료칸 ‘미야코와스레’와 오가반도의 이시야키(石燒)요리를 소개한다.》
낮 12시 15분. 대한항공 여객기가 한적한 아키타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2시간 20분 만이다. 청명한 하늘, 달고 맛있는 공기. 회색 도시에 조였던 숨통이 순간 확 트이는 느낌이다. ‘잘 왔다’는 기분도 함께.
목적지는 자동차로 1시간 30분 거리의 다자와 호수 근방 나쓰세 온천의 료칸 ‘미야코와스레(都わすれ)’. 이곳을 택한 이유, 분명하다. ‘탄소프리 여행지’ 아키타에 걸맞아서다. 대체 어떤 곳이기에. 그 이름부터 보자. ‘미야코와스레’는 ‘도시를 잊어주세요’라는 뜻. ‘도시 탈출’ 개념의 숲 속 온천이다.
○ 아키타공항서 헬기로 10여분
입국수속을 마치고 공항 계류장 한쪽 끝의 헬기장으로 갔다. 나를 미야코와스레에 데려다 줄 헬기(5인승)를 타기 위해서다. 이륙 후 헬기는 정동으로 방향을 잡았다. 오우 산맥의 줄지은 산악이 파노라마로 다가왔다. 헬기는 센보쿠(仙北) 평야의 들판을 가로질렀다. 면적은 도쿄 도의 5배라 해도 주민 수는 160만 명에 불과한 아키타. 그 자연친화적 공간이 눈 아래 활짝 펼쳐졌다.
비행 13분. 숲의 바다 한 가운데로 강렬한 파란 빛의 호수가 보였다. 진다이 댐이다. 이어 진초록빛 물길의 다키카에리 계곡이 나타났다. 헬기가 하강하자 숲 속의 별장 한 채가 보인다. 미야코와스레. 과연 그 이름 그대로다.
객실 9개의 이 료칸. 외관은 단층 양옥의 별장이다. 료칸 품격은 첫 대면 순간에 결정된다. 헬기 강풍도 아랑곳하지 않고 종업원 네 명이 헬기장에서 손님을 맞는다. 짙은 성의다. 여종업원의 유니폼도 기품있다. 유럽 귀족가의 버틀러(급사) 복장이다.
이 료칸은 숲 속의 외톨이다. 반경 5.5km 이내에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다. 이곳은 다키카에리 자연공원으로 일절 건축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미야코와스레가 존재하는 것은 100년 전 이곳 나쓰세 온천에 터잡이를 한 덕. 지금 건물은 최근 재건축한 것이다.
미야코와스레는 고품격의 ‘스몰 부티크 호텔’을 지향한다. 거기에 전래의 료칸 서비스(1박 2식, 유카타 착용)를 접목했다. 우아한 응접실에서 웰컴 드링크를 들며 체크인을 하고 테이블이 갖춰진 식당의 전용 룸에서 식사(아침과 저녁)를 한다. ‘L’자형 건물 안쪽은 조각품으로 장식된 정원이고 그랜드피아노가 놓인 마루 바닥의 거실은 차분히 차를 마시며 정원 경관을 즐기기에 좋다.
○ 부둥켜 안고 지나칠 만큼 좁은 숲길
객실은 화식(다다미 바닥의 일본식)과 양식(침대)을 두루 갖췄다. 객실 정면은 다키카에리 계곡을 흐르는 다마 강으로 툭 트인 자연정원. 거기에 나무 데크를 깔고 로텐부로(노천욕장)를 두었다. 공동 이용하는 로텐부로와 실내 온천탕은 숲가에 따로 있다. 욕탕은 용출온도 41도의 온천수가 24시간 흘러넘치는 가케나가시 방식이다.
주변 숲은 료칸 투숙객의 쉼터. 5분쯤 걸어가니 흔들 다리(나쓰세하시)가 나온다. 그 다리로 다키카에리 계곡을 건너면 숲 속으로 오솔길이 보인다. 마주친 사람이 교차하려면 ‘서로 부둥켜안고 걸음을 옮겨야 한다’는 이름 ‘다키카에리(抱返り)’만큼이나 좁은 숲길(7.2km).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나 등장할 만한 신비로운 분위기다.
아키타(일본)=조성하 여행전문 기자 summer@donga.com
◇미야코와스레 ▽위치=아키타 현 동쪽 다자와 호(湖) 부근의 센보쿠(仙北) 시 숲 속. ▽찾아가기 △아키타=대한항공 직항(인천공항). 2시간 20분 소요. △료칸 ①헬기=공항→료칸만 운행(15분 소요·비용은 미야코와스레가 부담) ②노선 합승택시=료칸→공항 이용. 1시간 30분 소요, 1인당 3600엔(투숙객 부담). 에어포트라이너(www.airportliner.net) 현지 전화 018-867-7444 ③철도=JR다자와코센 진다이역 하차. 자동차로 20분 소요. ▽가격(1박 2식·2인 1실 기준)=1인당 2만5000엔 안팎. ▽연락처=www.taenoyu.com/natuse-top.html 현지 전화 0187-44-2220
◇오시마(식당) ▽위치=오가 반도 서쪽 끝 오가 수족관과 유람선 매표소 부근. 0185-37-2331 ▽가격=온천욕을 겸한 점심식사가 4350엔부터. ▽데스이 호텔=온천료칸. 1박 2식에 일요일 8000엔, 그 외 1만5000∼1만8000엔. ▽오가온천=www.e-ogaonsen.com
◇아키타 현 ▽여행정보 △아키타 현 관광연맹(현지)=www.akitafan.com △아키타 현 코디네이터사무소(한국)=www.akita.or.kr 02-3473-5822 ▽센보쿠 시=www.city.semboku.akita.jp
▼눈 깜짝할 새 요리 끝!▼
동해에 면한 아키타 현. 해안이 크게 돌출한 지형이 보인다. 오가(男鹿) 반도다. 온통 산악지형으로 가파른 산자락이 바다로 내리꽂히는 형국이다. 해안 풍경이 멋져 드라이브 코스로 기막혔다. 곳곳에 어항이고 마을인데 연중 해산물이 넘쳐난다. ‘이시야키(石燒)’ 요리는 거기서 태어났다.
찾은 곳은 ‘오시마’ 식당. 해안이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의 전망호텔 데스이(帝水)에 있었다. 이시야키는 보는 것 자체도 즐거웠다. 종업원은 나무통과 함께 뜨겁게 달군 돌 세 개를 들고 왔다. 그리고 통 안에 생선과 야채를 넣고 불을 부었다. 이어 돌을 담갔다. 순간 나무통에서 물이 비등하는 소리와 더불어 수증기가 치솟았다. 섭씨 800도 이상의 숯불 속에서 달군 돌이 순식간에 물을 펄펄 끓게 만들었다.
이 요리의 핵심은 바로 이것, 순식간에 생선을 데치는 것이다. 일본 된장인 미소로 간을 하는 이 요리는 단 몇 분 만에 끝났다. 그런데 과연 맛은 어떨까. 탱글탱글한 생선 육질, 시원한 국물 맛 그리고 감칠 맛 나는 향. 생선 요리의 진수를 본 듯했다.
아키타=조성하 여행전문 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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