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빈티지 가구, 앉고 만지고 제대로 느껴보시길”

  • 입력 2008년 10월 24일 02시 56분


10만 점 모은 가구 컬렉터 김명한 aA디자인뮤지엄 대표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놀이터는 전통가구가 많던 외갓집. 학창시절엔 용돈만 생기면 가구 화보를 사들여 달달 외웠다. 20대에는 서울 이태원, 을지로를 전전하며 빈티지 가구들을 살폈고, ‘얻거나 주워’ 가구를 모았다. 레스토랑 사장으로 경제적 여력이 생긴 40대, 드디어 해외의 가구 시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본격적으로 가구 수집에 나섰다. 그렇게 유럽 미국 남미 동남아 일본 아프리카 등지에서 모은 빈티지 가구의 수가 2008년 현재 약 10만 점.

20개국 60여 명의 딜러들과 교류하며 국내외 빈티지 가구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가구 컬렉터 김명한(53·사진) ‘aA디자인뮤지엄’ 대표의 얘기다.

2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aA뮤지엄에서 만난 김 대표는 “이건 다 ‘편집증’의 결과”라며 웃었다. “처음부터 대단한 걸 의도한 건 아니에요. 그냥 번 돈을 좋아하는 것에만 쓰다 보니 이렇게 됐는데 결과적으로 (뮤지엄을 통해) 여러 사람과 나눌 수 있게 됐으니 좋죠.”

그는 19, 20세기 시대별로 오리지널 가구들을 만날 수 있는 이 뮤지엄을 지난해 4월 열면서 1층 공간을 대형 라운지 형태의 ‘카페’로 꾸몄다. 의자와 테이블, 인테리어 소품은 모두 그가 수집한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들. 라운지의 펜스와 바닥까지도 1900년대 초 영국 아프리카 프랑스에 있던 것을 그대로 떼어다 옮겼다.

“‘화석화’ 된 뮤지엄은 의미가 없습니다. 손님들이 직접 앉고, 보고, 만지고, 즐기면서 가구 본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야죠.”

그는 “2000년대 들어 국내에도 빈티지 가구 시장이 형성됐지만 대중이 접근하기엔 그 벽이 높았다”며 “aA뮤지엄을 강북에 세운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오브제입니다. 농사를 짓지 않는 이상 현대인은 집이든 사무실이든 실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니까요.”

그는 디자인에서 ‘교육’보다 중요한 것이 ‘환경’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디자인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자신만의 취향을 갖고 독창적인 작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이 안 돼 있으면 (안목을 가진) 클라이언트가 탄생할 수가 없고, 디자인 역시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해 존재의 의미를 잃게 되죠.”

김 대표는 aA뮤지엄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내년 4월부터 이러한 디자인 환경 만들기에 적극 뛰어들 계획이다.

그가 경기 가평 인근 산속에 건축하고 있는 ‘부띠끄 펜션’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펜션 안의 모든 가구와 건축 오브제를 오리지널 빈티지로 꾸민 이 공간을 김 대표는 가족 단위 고객들에게 싼값에 제공할 예정이다.

“제 최종 목표는 일본의 ‘무인양품’ 같은 한국형 멀티 디자인 브랜드를 선보이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싼값에, 아주 좋은 퀄리티의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말이죠. 뛰어난 재능의 신진 디자이너들과 이 작업을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두고 보세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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