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가 사랑한(상상한) 풍경은 ‘숲으로 둘러싸인 아름답고 신비로우며 평화로운 성’이다. 동화적이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지닌 이 성은 온유하고 정결한 존재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누구든 ‘사원을 통과하는 구름 혹은 조용한 공기들이 되지 않으면’, 이 신성한 내면의 성에 들어갈 수 없다. 들어간다 해도, 아무것도 볼 수 없다. 함부로 나무를 베어내는 욕심 많은 ‘골동품 상인’의 눈에는 이 성은 텅 빈 공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부들과 작은 당나귀들과 마음이 가난한 시인에게 이곳은 텅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다. 성스러운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천국’이다. 이 시는 ‘숲으로 된 성’이 그 성을 상상해낼 수 있는 마음을 지닌 자들의 것임을 말해 준다. 삶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시를 쓰고자 했고, 푸른 이십대에 생을 완결한 시인 기형도는 지금 그 성에 살고 있을 것이다.
김수이 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