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주는 만큼 되갚는 바다…백시종 신작소설‘오주팔이…’

  • 입력 2008년 10월 24일 02시 59분


‘미래의 타임머신을 타고 앵강 바다에 내리면 아무것도 없다. 물론 산호초도, 해조류도, 고기 떼도 없다. 미토콘드리아 역시 없다. (…) 그처럼 풍요롭고 아름다웠던 생명 입자의 흔적 대신 잿빛 암흑의 긴 벌판이 없음 표의 상징인 듯 끝없이 이어진다.’

‘재벌본색’ ‘물’ 등 사회고발성 소설을 많이 써 온 소설가 백시종(64·사진) 씨가 바다의 환경 문제를 다룬 소설 ‘오주팔이 간다’(문이당)를 펴냈다.

백 씨의 고향은 경남 남해군. 소설 배경이 된 앵강만도 남해군 앞바다다. 주인공 오주팔은 고향 사람들에게 이름만큼이나 묘한 인물. 돈도 되지 않는데 바다 폐기물 처리에 앞장서고 생태에 해로운 불가사리를 줄이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일이 옳고 그른가는 중요치 않다. 사람들은 그저 오주팔의 행동이 자신에게 이득이 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그를 칭찬하기도, 내치기도 한다.

주인공을 통해 작가가 얘기하려는 바는 명료하다. 바다는 순수한 자연이지만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파괴되어 간다. 결국 그로 인해 벌어지는 미래 역시 분명하다. ‘자연은 결코 배려하는 법이 없다. 하던 일을 멈추고 갑자기 관대해지는 여유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냥 인간이 준 만큼 무관심하게 되돌려 줄 뿐이다.’(286쪽 중에서)

바다에 대한 체험을 ‘재산 목록 1호’로 꼽는 백 씨는 “전작인 장편 ‘물’이 육지의 환경소설이라면 ‘오주팔이 간다’는 바다의 환경 생태 소설”이라면서 “(환경 소설이) 상업적으로나 문학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을 알지만 또 외롭고 험난한 길을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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