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어느 날 불쑥 탄생하는 존재가 아니다. 어린이가 자라서 어른이 된다. 어떤 어른들의 마음속엔 여전히 어린이가 살고 있다. 작고 여리며 천진한 그때의 모습이.
저자는 이를 ‘오래된 노란 강아지 인형을 마음속 깊이 간직한 어른들’이라고 말한다. 더는 인형을 끌어안고 자거나 어둠이 무섭다고 울지는 않더라도 말이다.
‘어린이’에 대해 말하는 이 책은 아동을 위한 그림책이지만 한때는 어린이였던 어른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사실을 인정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몇몇 어린이는 어른이 되고 나면 ‘어른이 되니까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참 좋아!’라고 말하지만 또 몇몇 어린이는 ‘어른이 되니까 마음대로 하는 건 너무 힘들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어른들은 한때 무척 어른이 되고 싶어 했고 결국 어른으로 자라버린 ‘어린이’로 인정받는다.
소리도 없이 조금씩 몸이 커가는 어린이는 언제까지 어린아이가 아니다. 때가 지나면 모습이 달라져 훌쩍 변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어떤 존재일까. 그들은 손도, 발도, 귀도 모두 작다. 하지만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으로 어른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어른들이 더는 하지 않는 것들을 좋아하기도 한다. 아침부터 솜사탕 먹기, 밤마다 똑같은 이야기 듣기 등. 호기심으로 가득한 아이들은 주변의 모든 일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나쁜 말이나 무서웠던 사람에 대한 기억까지도 담아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쏟아내기도 한다.
어른들은 다르다. 좀처럼 우는 일도 없고, 운다 해도 어린이처럼 들으란 듯 크게 울지 않고 나직이 흐느낀다.
콩과 채소로 만든 반찬을 먹고 날마다 목욕을 하며 노란 강아지 인형 없이 깜깜한 곳에서 잠을 잔다.
하지만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비밀을 마음속에 숨겨놓고 자란 어린이들은 아주 작은 것에도 기뻐할 줄 아는 어른으로 자란다. 그 비밀은 어릴 적 안고 자던 인형이 될 수도 있고, 솜사탕이나 동화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그림책은 ‘어린 사람’ 어린이가 어떤 존재인지, 그들을 어떻게 사랑하고 돌봐줘야 하는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알려준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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