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다윈이 자연선택(자연계에서 생활조건에 적응하는
생물만 생존하는 일)의 법칙을 발견한 비글호 탐험(1831∼1836년)이 끝난 뒤부터 시작한다.
진화론 연구의 시작이 된 이 모험이 다윈 전기에서 빠진 것도 이례적이다.
미국 몬태나주립대 교수로 25년간 과학기자 생활을 한 저자는 비글호 탐험이 많이 알려져 있고 비글호 탐험 이후의 지적 모험이 갈라파고스를 돌아다니는 이야기보다 더 짜릿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기독교가 지배하던 시절 하나의 종(種)이 다른 종으로 변할 수 있다는 ‘위험한’ 생각을 깨닫게 된 다윈의 고뇌, 병약하고 내성적인 성품 등을 드러낸다.》
비글호 탐험은 다윈을 장래에 대해 별다른 계획 없이 새 사냥과 희귀 딱정벌레 수집에 열을 올리던 신학생에서 지질학과 자연사를 진지하게 연구하는 학자로 변모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탐험에서 다윈은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정확히 깨닫지 못했다. 새들 중에는 어떤 섬에서 채집했는지 라벨을 붙여놓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섬마다 같은 종이면서도 다른 새들이 하나씩 산다는 것은 이들이 공통의 선조에게서 나온 변종일 수 있는 중요한 증거였다. 다윈은 이 진실을 탐험 이후 다른 과학자를 만나면서 깨닫게 된다.
기독교라는 장막 뒤의 진실이 드러나려는 순간 다윈은 공책에 이렇게 적었다. “하지만 경이로운 인간은 예외다.” ‘무시무시한 깨달음’으로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을 걱정한 대목이다. 그러나 그는 세 줄 아래에 다시 이렇게 썼다. “인간은 예외가 아니다.” 다윈은 종이 불변하는 것이 아님을 밝히는 것은 살인자라고 고백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2009년은 다윈 탄생 200주년이다. 그 200년은 진화론이 진화해 온 역사이기도 하다. 진화론의 시발점이 된 비글호 여행기인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샘터사)를 함께 읽어볼 만하다. 5년간의 비글호 탐사 여정 속에서 다윈은 보고 느낀 것을 18권의 공책에 꼼꼼히 적었고 3년 뒤인 1839년 여행기를 펴냈다. 생물학적 깨달음뿐 아니라 지역 풍습, 화산과 지진의 상관관계 등 다양한 학문 탐구의 열정을 발견할 수 있다.
다윈의 자서전으로는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갈라파고스)가 있다. 다윈이 세상을 떠나기 전 6년 동안 삶을 회고하며 쓴 책이다. 다윈의 자서전은 진화론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 때문에 ‘종의 기원’ 출간 100주년인 1959년에야 온전하게 발간됐다. 다윈은 이 책에서 비글호 탐사 이후 찾아온 기독교에 대한 회의, 아내와 자녀들에 대한 사랑, 과학에 대한 열정을 표현한다.
다윈이 비글호 탐사를 끝마친 지 160여 년이 지난 2004년 6월 한 달간 갈라파고스로 떠나 다윈의 발자취를 더듬은 이도 있다. 과학 저널 ‘스켑틱’ 편집장인 저자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왜 다윈이 중요한가’(바다출판사)를 펴냈다. 저자는 다윈이 이곳에서 진화론의 실마리를 찾아냈듯 생명이 신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지적 설계론’의 허구를 살핀다.
‘다윈의 대답’(전 4권·이음)은 피터 싱어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 석좌교수 등이 진화생물학에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내놓은 답이다. 진화생물학은 강자가 약자를 쓰러뜨릴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윤리적으로 정당화했다는 이유로 비판받아 왔다. 그러나 저자들은 다윈주의가 ‘인간이 윤리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가치 판단의 영역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다’는 사실의 영역에 있다고 말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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