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수억년 진화…‘각색짐승 생존백서’

  • 입력 2008년 10월 25일 03시 01분


얼룩말 등 초식동물은 머리 뒤로도 볼 수 있다. 풀을 뜯으면서 육식 동물의 접근을 감시해야 하기 때문에 시야가 넓어진 것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얼룩말 등 초식동물은 머리 뒤로도 볼 수 있다. 풀을 뜯으면서 육식 동물의 접근을 감시해야 하기 때문에 시야가 넓어진 것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각색짐승 생존백서/모리타 유코 지음·황혜숙 옮김/212쪽·9500원·바다출판사

호랑나비는 대롱같이 생긴 입을 갖고 있다. 그런데 다리로도 맛을 느낀다. 앞다리의 맨 끝마디 부분에 있는 ‘미각감각모’라는 털 안쪽의 세포로 맛을 구분하는 것이다. 입이 있는데 다리까지 사용하는 것은 모성애의 결과다.

호랑나비의 유충은 귤과(科) 식물의 잎만 먹는다. 유충일 때는 이동 범위가 넓지 않기 때문에 만일 어미가 엉뚱한 풀잎에 알을 낳으면 알에서 나온 유충은 먹이를 못 찾아 굶어죽고 만다. 그래서 어미 나비는 다리로 맛을 보면서 귤과 식물의 잎을 찾아내는 것이다.

악어의 피부는 갑옷처럼 딱딱하다. 하지만 아주 작은 자극도 느끼고 분별하는 초민감성 피부다. 특히 악어의 입 주변에서 턱밑까지 둘러져 있는 울퉁불퉁한 띠는 수많은 돔형 돌기로 구성돼 있는데 악어는 이 돌기로 수면의 진동을 감지해 먹잇감의 아주 작은 움직임도 포착한다.

이 책은 동식물들이 수억 년의 진화 과정을 통해 발달시켜 온 감각에 대한 이야기다. 기본감각인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뿐 아니라 온도감각 평형감각 중력감각 화학감각 등 다양한 감각을 소개한다.

크기가 몇 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에 지나지 않는 단세포 생물인 박테리아도 냄새를 구분한다. 외형상 ‘코’는 없지만 단백질 센서를 통해 산소, 아미노산, 당의 냄새를 가려내는 것이다. 박테리아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영양분인 아스파라긴산을 감지해서 그 냄새가 진하게 나는 방향으로 직진하거나 회전 지시를 내린다.

연어는 태어났을 때 잠시 맡았던 모천(母川)의 냄새를 기억해 바다로 나간 뒤에도 모천을 정확하게 찾아서 돌아온다. 돌고래는 인간이 못 듣는 초음파를 들어서 물체와의 거리는 물론 형태와 재질까지 감지할 수 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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