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하는 엄마들은 장난감을 한 아름 안겨주곤 한다. 이 책은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다룬 책이다. 책 속의 제레미는 정말 많은 것을 가진 아이다. 자전거, 축구공, 막대 사탕, 고릴라 가면까지…. 아마도 제레미의 부모님은 원하는 것은 뭐든지 사주시는 그런 분일 게다.
새 장난감이 생기면 제레미는 고슴도치 머리의 과묵한 아이 샘을 찾아 간다. 그리고 “너도 갖고 싶지?”라며 부러워하는 친구의 표정을 기대한다. 하지만 샘에게는 이런 자랑이 도통 먹히질 않는다. 그저 새 장난감 때문에 제레미가 곤경에 빠지면 “괜찮아?”하고 도와줄 뿐. 샘은 장난감을 한 아름 갖고 있진 않지만 친구를 기꺼이 도울 줄 아는 아이다. 그리고 숲 속에서 온갖 동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등 넘치는 상상력으로 언제 어디서든 즐거움을 찾는 아이다. 반면 제레미는 장난감은 많지만 함께 놀 친구도, 또 친구와 가까워지는 방법도 모르는 아무것도 없는 아이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은 ‘마음이 넉넉해야 부자’라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될 것 같다. 작가는 2000년 그림책 작가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안데르센 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방귀쟁이 며느리/신세정 글 그림/40쪽·9800원·사계절
“한 처자가 있는디 참 고와, 아주 동네에 소문이 자자하지. 근디 이 처자가 말여, 방귀를 참말로 잘 뀌어.” 처음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방귀를 소재로 한 옛 이야기는 많지만 이 책에서는 방귀쟁이 며느리 이야기를 담았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는 어디어디에 사는 유명한 판소리 명창이 한곡 읊어주는 것 같은 실감난다. 인터넷 서점 게시판에는 벌써부터 “웃다 웃다 쓰러졌다”는 반응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해학이 가득 넘치는 그림은 낯익은 느낌이다. 알고 보니 표지는 신윤복의 ‘미인도’를 빌려왔고, 방귀를 피해 달아나는 남녀는 김득신의 ‘야모도추’, 배나무 아래서 쉬는 장사꾼들은 이교익의 ‘휴식’에 나오는 인물들이라고 한다. 세로쓰기 편집 또한 옛맛을 물씬 풍겨 준다.
◇스파이를 잡아라/카트린느 미쏘니에 글·이형진 그림·박정연 옮김/9000원·미래i아이
3학년이 되는 개학 날, 교장실과 교무실 복도를 지나던 로르는 ‘까만 지갑’을 줍는다. 그 안에는 이상한 물건들이 가득 들어 있어 로르는 아무래도 지갑의 주인은 스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파이라고 의심되는 지갑의 주인은 바로 4학년을 가르치는 마르퀴스 선생님. 르와 친구들은 너무나 의심스런 마르퀴스 선생님을 미행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선생님은 스파이가 아니라 스파이를 잡기 위한 비밀요원이었던 것. 선생님과 아홉 명의 아이들은 스파이를 잡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열 살 전후의 어린이들이라면 재미나게 빠져들 수 있는 추리 모험물이다. ‘로르와 친구들’ 시리지의 첫 번째 편이다.
◇나는 우리 집 과학 왕/요한나 본 호른 글·요나스 부르만 그림·황덕령 옮김/7000원·북스토리아이
냉장고, 전자레인지, 진공청소기, 컴퓨터, 텔레비전, 전화기 등 우리 집에서 쉽게 만나는 가전제품과 기기들은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한창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왜 냉장고는 차가워?” “청소기는 왜 빨려 들어가지?” 등 질문을 쏟아내지만 여기에 제대로 답변을 해줄 수 있는 부모님들은 많지 않다. 이런 곤란한 질문을 받았을 때는 대비한 책이다. 아이들은 그림책을 통해 생활 주변에서 접하는 다양한 기기들의 원리를 깨우치게 되고 우리 집 주변의 기기를 관찰하면서 자연스럽게 과학적 사고를 기르게 된다.
◇아이들을 위한 셰익스피어/콜린 아게슨,마지 블럼버그 지음·승영조 옮김/144쪽·1만2000원·승산
고전문학 ‘햄릿’ ‘리어왕’ ‘로미오와 줄리엣’의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삶과 작품 세계, 그리고 그가 살았던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 역사와 문화에 대한 안내서다. 시리즈의 전작인 ‘아이들을 위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아이들을 위한 마르코 폴로’와 마찬가지로 쉽고 재미있게 쓰였으며, ‘향료 알 만들기’처럼 당시 시대에 사용하던 물건을 21가지나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산에 올라 마음의 붓을 들었네/이소영 지음/초등학교 3·4학년 이상/116쪽·1만1000원·낮은산
동양화가인 지은이가 우리 옛 그림 중 산수화를 그리는 법과 감상법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어린이 미술책이다. 백제 시대 산경 무늬 전돌과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부터 18세기 조선의 화가 강세황의 '벽오청소도'까지 다양한 산수화와 산수화 기법 등을 설명한다. 명망가 위주의 작품을 감상하는 패턴에서 벗어나 자연물을 중심으로 산수화를 보는 관점을 제시한다. 4장에서는 감상이 직접적인 활동으로 연결되도록 지은이가 소나무 그리기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주고 어린이들이 따라하도록 유도했다. 마지막 6장 ‘내가 그린 산수화’에서는 그림의 뼈대가 될 산과 바위그림 위에 어린 독자들이 직접 그림을 그려 한 편의 산수화를 완성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대표 동시 100편/박두순 엮음·김천정 그림/224쪽·1만2000원·큰나
올해는 우리 동시가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08년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최남선이 최초 동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어린이 잡지 ‘소년’ 창간호에 발표했다. 이 책에서는 이를 기념해 강소천, 윤석중, 윤동주, 박목월, 조지훈, 신현득 등 우리나라 대표 시인들의 동시 100편을 담았다.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우리말로 써진 좋은 동시를 많이 접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다른 교육보다 감성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