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 학급을 맡은 그녀는 영어 시간에 빈민가 출신 반항아들에게 포크가수 밥 딜런의 시적(詩的)인 노래가사를 가르친다. 조금씩 문학의 세계로 빠져드는 아이들에게 존슨은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의 시를 꺼내 놓는다.
1914년 10월 27일 웨일스의 스완지에서 태어난 토머스에게 그의 아버지는 ‘Dylan’이란 이름을 지어줬다. 웨일스어로 ‘물결’이라는 뜻. 1941년생 가수 로버트 앨런 지머먼은 훗날 그의 시를 사랑해 밥 딜런으로 이름을 바꿨다.
중학교 영어교사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토머스는 일찌감치 시작(詩作)에 빠져들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잠시 지역 신문사 기자로 일했지만 이후 중세의 방랑시인 ‘바드’처럼 유랑의 삶을 살았다. 키라 나이틀리, 매슈 리스 주연으로 올해 6월 영국에서 개봉된 영화 ‘사랑의 가장자리(The Edge of Love)’에 그의 삶이 잘 나타난다.
웨일스인들은 한때 유럽을 지배한 켈트족의 후예. 차갑고 이성적인 앵글로색슨인과 달리 열정적이고 본능에 충실한 성정(性情)이 특징이다. 웨일스인의 피를 타고난 그의 시는 삶과 죽음, 창조와 소멸, 성(性)과 자연을 주제로 삼았고, 강렬한 운율을 띠었다. 김지하 시인은 “나의 생명문학의 탄생의 배경에는 딜런 토머스가 있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토머스는 22세 때 발표한 처녀시집 ‘18편의 시(18 poems)’로 천재작가로 평가됐으며 25세 때 펴낸 ‘사랑의 지도(The map of love)’로 성가를 높였다. 1937년에는 케이틀린 맥나마라와 결혼해 아들 둘, 딸 하나를 낳았다. 생활비와 술값이 필요했던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전역을 돌며 ‘황금 같은 베이스’로 자기 시를 낭송해 돈을 벌었다. 결혼 생활은 위험에 빠졌고 건강은 악화됐다.
그의 시는 읽는 이를 청춘(靑春)의 격정으로 끌어들이는 마력을 갖고 있다. ‘그 굿나잇 속으로 온순히 가지 마십시오(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는 1951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 바친 시다.
“그리고 당신 내 아버지, 그 슬픈 높이에서/이제 제발 맹렬한 눈물로 나를 저주, 축복하십시오./그 굿나잇 속으로 온순히 가지 마십시오./빛의 소멸에 분노, 분노하십시오.”(시월의 시, 이상섭 연세대 명예교수 번역)
그로부터 2년 후 뉴욕의 호텔방에서 과음으로 앓아누운 토머스는 39년의 방랑을 마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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