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38>枕上詩篇閑處好, 門前風景雨來佳

  • 입력 2008년 10월 30일 02시 59분


枕(침)은 베개 또는 베거나 드러눕다의 뜻이다. 木枕(목침)은 나무베개, 枕木(침목)은 물건 밑의 받침목이다. 枕戈待旦(침과대단)은 창을 베고 아침을 기다림, 즉 적을 무찌르려는 마음이 간절함을 비유한다. 인접하다는 뜻도 있으니, 枕江(침강)은 강에 인접함을 뜻한다. 枕上(침상)은 베갯머리 또는 누운 자리를 가리킨다.

篇(편)은 죽간 또는 글로 쓴 작품을 가리킨다. 閑(한)은 한가하다는 뜻이며 閒(한)으로 쓰기도 한다. 閑寂(한적)은 한가하고 고요함, 閑適(한적)은 한가하고 마음에 들어 편안함을 뜻한다. 본래는 울짱이나 말뚝을 가리키며 마구간 또는 막거나 닫다의 뜻이 있다. 閑邪存誠(한사존성)은 사악함을 막아 誠心(성심)을 간직함을 뜻한다. 여기서의 閑處(한처)는 한가로운 처지를 의미한다.

앞을 뜻하는 前(전)은 배 위에 멈춰선 것을 나타낸 모양이 많이 변했다. 걷지 않고서도 나아감을 뜻한다. 風(풍)은 (충,훼)(충)이 의미요소이고 凡(범)이 발음요소인데, 바람이 불면 벌레가 생겨난다는 풀이가 있다.

佳(가)는 아름답다 또는 좋다는 뜻이다. 佳節(가절)은 좋은 계절, 佳人(가인)은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녀 모두를 가리킬 수 있다. 才子佳人(재자가인)은 재주 있는 남자와 아름다운 여인을 아우르는 말이다. 漸入佳境(점입가경)은 상황이나 재미가 갈수록 좋아짐을 비유한다. 晉(진)의 顧愷之(고개지)가 사탕수수를 먹으며 뿌리 쪽으로 갈수록 더욱 맛있다며 한 말이다.

자리에 누워 시를 읽는 한가로움과 비 내리는 창밖을 음미하는 여유로움이 있다면 행복한 삶이다. 사랑하는 남편을 저세상에 보내고 큰 병을 앓고 난 여인이 끝내 되찾은 평정심이 담담한 여운을 남긴다. 宋(송)의 대표적인 여류작가 李淸照(이청조)의 ‘(난,탄)破浣溪沙(탄파완계사)’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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