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물리’의 ‘서안화차’(한태숙 작·연출)는 ‘서안으로 가는 기차’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중국 시안(西安)이라는 지명과 기차를 의미하는 ‘화차(火車)’를 설명하는 도구이면서 공연의 주제를 설명하는 중요한 메시지다.
연극은 시안행 기차 안에서 창가를 바라보는 상곤이 덤덤하게 지난날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상곤은 동성애 상대였던 친구 찬승과의 만남과 이별, 재회의 과정을 말하고 이에 따라 무대 배경은 호텔과 집, 작업실로 바뀐다. 둘의 사랑은 비극으로 치닫고 조각가인 상곤은 오랜만에 만난 찬승이 싸늘한 반응을 보이자 그를 죽이고 진시황의 토용처럼 만들어버린다.
이 작품은 주요 고비마다 무대를 병마갱용으로 변모시켜 진시황을 등장시킨다. 상곤의 현실을 오버랩시키기 위한 것이다.
‘레이디 맥베스’ 등의 작품에서 탁월한 오브제와 구음의 활용을 보여준 한태숙 연출의 솜씨는 여전하다. 병마갱용의 토용과 구음 등은 갈등이 극대화되는 작업실과 병마갱용에서 극적인 효과와 음울한 분위기를 한층 배가시킨다. 군더더기 없는 구성도 돋보인다.
부성애의 결핍과 동성애로 인한 상처와 집착에 시달리는 상곤 역 박지일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소극적이면서도 과격한 소유욕을 보여줘야 하는, 쉽지 않은 내면 연기를 능숙하게 처리했다. 11월 2일까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2만∼3만 원. 02-3672-3001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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