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 명품 브랜드의 각축전이나 다름없어요. 앞으로 한국 시장 마케팅에 더 많은 정성을 쏟을 계획입니다.”
창립 150년을 맞은 프랑스 보석 브랜드 ‘부셰론’의 최고경영자(CEO) 장크리스토프 베도(사진) 사장은 28일 오후 서울 광진구 광장동 W호텔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앞서 기자를 만나 한국 명품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본다며 이렇게 말했다. “꽃 가꾸는 걸 좋아해요. 정원사가 있긴 하지만 스트레스 푸는 데 꽃 가꾸기만큼 좋은 것도 없거든요. 이런 면 때문에 나를 섬세하다고 하는지 모르지만 부셰론의 보석들도 꽃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죠.”
부셰론의 역사는 1858년 프레데리크 부셰론이 파리 방돔 거리에 자신의 이름을 딴 보석점을 차리면서 시작됐다. 이후 150년 동안 프랑스를 대표하는 보석 브랜드로 자리잡았고, 브랜드의 고향인 파리 방돔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보석 거리가 됐다. 부셰론이 명성을 얻는 데는 꽃과 동물을 주제로 한 보석들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 꽃도 꽃이지만 카멜레온, 개구리, 문어 등 동물을 주제로 한 에메랄드, 자수정 등 형형색색의 브로치가 이 브랜드의 대표 상품이다.
지난해 4월에는 ‘판타지 동물우화집’이라는 주제로 박쥐와 부엉이를 소재로 한 자수정 브로치를 선보였고, 노키아의 자(子)회사인 휴대전화기 제조회사 ‘베르투’와 합작해 루비로 만든 코브라가 장식된 한정판 휴대전화 시그니처 코브라‘를 만들기도 했다.
부셰론은 올해 창립 150년을 기념해 대담, 관능, 마법 등 7가지 추상적인 주제로 구성된 ‘인챈팅 부셰론’ 보석 시리즈를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이번 한국에서 열린 15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베도 사장은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새로운 보석세트 ‘아멜리아’를 최초로 공개했다. 그는 “섬세한 한국 여성들을 위해 정교하게 디자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셰론은 2000년 이탈리아의 구찌 그룹에 인수합병되면서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002년에는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한국에도 진출했다.
베도 사장은 “현재는 구찌 그룹 브랜드 가운데 매출액 순위로 치면 ‘피라미드’ 서열에서 맨 꼭대기”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1988년 보석 브랜드 까르띠에에 입사한 베도 사장은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2002년 까르띠에가 속한 리치몬드 그룹의 사장으로 발탁됐다. 그리고 2년 뒤 부셰론에 전격 영입됐다.
기하학적인 무늬의 보석으로 유명한 까르띠에가 남성적이고 선이 굵다면, 부셰론은 여성적이고 꽃과 동물을 주제로 한 보석들이 대부분이기에 주제 역시 동양적이다. 스타일이 전혀 다른 브랜드를 넘나든 그도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을 터. 하지만 그는 “나의 정반대 경험이 지금의 회사 스타일에 보완과 절충이 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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