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베델의 집’ 정신장애인들,그들에겐 뭔가 특별한…

  • 입력 2008년 11월 1일 02시 58분


◇베델의 집 사람들/베델의 집 사람들 지음·송태욱 옮김/280쪽·1만3000원·궁리

일본 홋카이도 남쪽에 있는 어촌 우라카와. 1만5000명이 사는 이 마을에서 1984년 낡은 교회당을 개축해 만든 ‘베델의 집’이 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정신장애를 앓아온 이들의 공동체다. 마징가제트 흉내를 내면서 유리창으로 돌진하는 사람, ‘옴진리교가 방화를 했다’며 소방서에 전화를 거는 사람, 남의 집 정원에 드러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 느닷없이 발작 증세를 보이는 이들이 지역 사회에 끼친 폐도 컸다.

이들에게 본격적인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이들이 ‘사회에 신세만 지지 말고 사회와 이웃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다시마 포장 사업이 난관에 봉착한 해였다. 재료를 공급해주던 공장과의 다툼으로 거래가 끊긴 것이다.

이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다. 베델의 집 사람들은 하청 사업을 그만두고 직접 산지에서 다시마를 넘겨받아 가공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원재료 구입, 자금 확보, 판로 개척 등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지역 주민들과 협력하면서 바깥세상과의 접촉을 넓혀간 것이다.

산지 직송 사업을 한 지 5년 뒤인 1993년에는 유한회사 ‘복지숍 베델’을 설립했다. 지금은 연간 매출액 1억 엔이 넘는다. 지역 경제에 무시할 수 없는 파급효과를 내는 기업체로 성장한 것이다.

이 책은 베델의 집 설립을 주도하고 함께 생활해 온 사회복지사 무카이야치 이쿠요시 씨를 비롯해 베델의 집 사람들이 직접 쓴 자신들의 이야기다.

베델의 집 사람들이 다른 정신장애인들과 다른 점은 자신들의 병을 솔직히 밝히고 차별과 편견, 오해를 받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마을 사람들에게 “오해나 편견을 갖지 않으려고 무리해서 노력한다거나 자신을 책망하지 말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베델의 집 사람들의 새로운 시도는 이어진다. 자체 은행인 ‘드림 뱅크’를 만들었고, 불황 때문에 배달 사업을 접으려는 서점을 설득해 잡지 배달을 맡았으며 기저귀 택배 사업도 하고 있다.

무카이야치 씨는 “퇴락해 가는 어촌 마을 우라카와에서 이제는 지역 주민들이 베델의 집 장애인들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베델의 집 사람들이 비장애인과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베델의 집의 성공 사례는 영상으로도 기록됐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 필름처럼 베델의 집 사람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면서 이들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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