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성 하늘에 비행기가 뜬 것은 결코 한두 번이 아니었겠지만 그 비행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에서 모욕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위협이기도 했습니다.”
한국 최초의 비행사로 알려진 안창남이 1922년 처음 경성 비행을 마치고 한 이 말에는 “한국인은 일제가 아니라 한국인이 찍은 한국 땅의 모습을 봐야 한다”는 신념이 담겨 있었다.
사진은 한국 근대사의 단면을 보여 주는 키워드다. 당시 새로 생긴 병원이나 공장의 건축물과 전차 기차 등 교통수단, 각종 생활상이 사진에 담겼다. 사진아카이브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정치적 목적으로, 학술적 차원으로, 대중문화의 표상으로 생산된 사진에 찍힌 근대의 이미지와 사진을 둘러싼 사회사를 분석했다.
일제강점기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판매하는 것은 금지됐다. 사상 통제의 일환이다. 경성 최초로 ‘부인사진관’을 낸 여성 사진사 이홍경, 기생 사진으로 조선의 이미지를 왜곡한 일제, 1935년 목욕탕에서 목욕하던 여성들의 알몸을 찍으려다가 검거된 6명의 청년, 자살하기 전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은 사람들, 노골적인 나체 사진 광고 등에 얽힌 이야기가 이어진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