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공연장 ‘대중가수 차별논란’ 피하려면…

  • 입력 2008년 11월 6일 02시 58분


가수 인순이 씨가 3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대관 심사 탈락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공연장의 격(格)에 맞도록 오케스트라와 뮤지컬 형식의 무대를 준비했는데도 정확한 사유 없이 탈락시켰다”며 대관 선정 과정과 기준을 문제 삼았다.

그는 “예술의 전당 앞을 지날 때마다 음향시설이 좋고 짜임새 있는 오페라극장에 서고 싶었다. 미국 카네기홀에도 서 봤는데 예술의 전당에까지 서면 얼마나 멋있겠나”라며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가수 송대관 씨가 이 자리에 합석했고 김장훈 씨도 미니홈피에서 “예술의 전당을 대중문화에 개방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가수가 아니라 관객을 위한 것”이라며 힘을 더했다.

예술의 전당 관계자는 “예술의 전당은 설립 당시부터 클래식과 오페라 공연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말했다.

오페라 칼럼니스트 유형종 씨는 “인순이 씨는 자신이 약자인 것처럼 말하지만 약자는 클래식 쪽이다. 보호를 해도 유지가 어려운 마당에 설 무대가 얼마든지 있으면서 몇 안 되는 클래식 전문 공연장까지 내놓으라고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은 예술의 전당이 원칙을 지키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순이 씨 이전에 가수 조용필 씨가 1999년부터 수년간 매년 공연했기 때문이다.

예술의 전당은 조 씨의 공연을 밀레니엄을 기념한 특별 이벤트의 하나로 기획했던 공연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도 석연치 않다. 예술의 전당이 수익을 위해 ‘명성황후’ ‘맘마미아’ ‘렌트’ 등 뮤지컬 위주의 대관 및 기획 공연을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 적이 많기 때문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은 세계 정상의 시설을 갖춘 꿈의 무대로 불리지만 팝스타들이 그곳에서 공연한 사례도 없고, 그런 원칙은 존중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월 공연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예술의 전당을 오페라, 발레, 고전음악을 위한 전문 공연장으로 명시했다. 예술의 전당도 극장 특성에 맞는 공연 위주로 심사 기준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술의 전당은 앞으로 원칙을 철저히 지켜나가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차별 논란’은 언제든지 되살아날 수 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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