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다름 아닌 뉴욕 지하철. 역 내부 곳곳에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예술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팝 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 같은 거장(巨匠)의 작품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작가들의 것까지 다양하다.
지하철 운임 2달러로 이렇게 많은 작가들의 작품에, 덤으로 악사와 비보이들의 공연까지 감상할 수 있다는 건 참으로 괜찮은 수확이 아닐 수 없다. 뉴욕의 예술은 생활 속에 녹아 있다.
공공디자인 분야에서도 뉴욕은 세계적으로 손꼽힌다. 상가가 있는 건물들만 봐도 간판이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엄격하게 규정돼 있다. 예컨대 건물의 외관이 금색이라면 스타벅스처럼 아무리 큰 기업이라 해도 본래의 녹색 로고를 버리고 금색으로 된 간판을 달아야 한다.
이렇게 해서 가지각색의 간판들이 자연스럽게 통일된 색상으로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뉴욕에서는 우후죽순으로 난립해 있는 간판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가을 있었던 ‘움직이는 정원’ 프로젝트는 뉴욕 공공예술의 성공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는 뉴욕의 상징 중 하나이기도 한 노란 택시의 차체에 탈·부착이 가능한 꽃 그림을 무료로 붙여주는 활동이었다(사진). 인구 150명당 한 대꼴로 택시가 많은 뉴욕이다 보니 시내 어디든 택시들이 몰리는 곳의 도로는 어느새 꽃밭이 됐다.
게다가 이 꽃 그림들은 2만3000여 명의 지체장애 아동과 어른들이 직접 색을 입힌 것이라 시각적인 즐거움은 물론 시민들의 가슴까지 훈훈하게 해줬다.
최근 뉴욕에서는 요즘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친환경 디자인’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뉴욕의 상점에서는 단순히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재활용 소재 자체의 재질과 색상을 그대로 디자인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패키지로 도배된 슈퍼마켓 진열대 사이에 자연 색상의 재생 골판지 패키지를 놓아 시선을 끄는 식이다.
이처럼 뉴욕이 다양한 공공예술의 메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는 도시의 문화적 다양성과 지방정부의 적절한 규제 및 후원 외에 예술가들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그들의 공동체 안에서 끊임없이 비전을 공유하고 자극을 주고받고 있다.
순수미술과 디자인의 경계가 점차 더 허물어지고 있는 최근의 뉴욕처럼, 국내에서도 예술 분야의 사람들 모두가 서로의 영역을 따지지 말고 합심해 인간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 길을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영하·최지원 부부 younghany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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