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여자라면 이 책을 달갑지 않게 여길 듯하다. 이 책에 따르면 그 여자는 진화에 실패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가는 허리, 풍만한 가슴, 긴 머리 등 소위 ‘바비인형’과 같은 외모는 모두 진화의 결과다. 이런 외모의 특징을 가진 여성이 짝짓기와 번식에 알맞기 때문에 아름답게 느끼고 좋아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부터 학문적으로 정립되기 시작한 ‘진화심리학’은 짝짓기와 번식을 키워드로 인간 심리와 사회제도의 진화를 설명한다.
남녀의 차이, 가족 내 역할, 젊은 남성에게 잠재된 폭력성 등의 밑바닥에는 누구든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고 싶은 동물적 욕망이 숨어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일부다처제를 비정상으로 생각하지만 전통사회에선 여자에게 유리한 제도였다. 부(富)가 소수에게 몰려 있는 상황에서 여자들은 빈곤한 남자를 만나는 것보다 집중된 부를 소유한 남자에게 첩살이하는 쪽이 자식들을 키우는 데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인간이 동물과 달리 고상한 존재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에겐 거북스러울지 모른다. 하지만 책을 넘기다 보면 인간 존재의 슬픈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다만 ‘번식’을 궁극적 동기로 삼는 진화심리학도 ‘동성애’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