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네 해가 돌리던 하나의 쳇바퀴,/내가 돌던 그 바퀴에서 뛰어내렸다./헛바퀴와 먼지투성이,/그 반대의 세월도 그 쳇바퀴에/깔리거나 희미해진다.’(‘나의 쳇바퀴4’에서)
기자로 일했던 이태수(61) 씨는 직장생활 34년 만인 지난해 회사를 그만뒀다. ‘회화나무 그늘’이 열 번째 시집이니 그는 직장인뿐 아니라 시인으로도 부지런했다.
34년을 돌리던 쳇바퀴에서 뛰어내렸는데, ‘바꿔 탄 쳇바퀴가 잘 돌지 않는다/겨우 돌려도 헛바퀴다/안 돌려도 제멋대로 돌아간다’고 한다. ‘자, 그래도 이젠, 길 없는 길로/바꿔 탄 쳇바퀴를 돌리고 돌아야지’라고 시인은 마음을 다독인다. 시인으로서의 삶에 온전히 몰두하게 됐지만 이상하게 어색한 심정을 진솔하게 표현한다.
누구나 읽어내기 쉬운 시어로 마음의 무늬를 그려놓는 시편들은 요즘 시인들의 난해함과는 구별된다. 시인은 자신의 사연을 들려주지만 그것은 시인만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독자의 가슴을 울린다.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어에 닿아 있으면서 읽는 사람을 긴장시킨다.”(평론가 김선학)
세상을 떠난 아우를 그리면서 쓴 3부의 시편들이 그렇다. ‘벚꽃 흐드러진 봄밤의 경주 보문단지, 처음 가본 조그마한 연못가. 같이 간 한 제자가 감탄사를 연발하더군요. “아, 저기 벚꽃우물 안의 달 좀 보세요.”(…) 그 제자의 감탄사도 귓전을 떠나지 않아 시 쓴다는 게 부끄러운 데다 지난해 이날 밤 아우가 세상 떠나고 난 뒤 흩날리던 벚꽃들, 낮에 군위천주교묘원 아우 곁에서 본 벚꽃들도 그 우물에 포개져 다가오기 때문이었지요.’(‘벚꽃우물’에서) 독자들이 시인의 아우를 모른다 해도, 시인의 슬픔은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것은 쓸쓸하면서도 아름답다. 개인의 상처와 아픔이 시적인 미학으로 승화하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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