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각국의 부(富)가 어디로 이동하며 흐름의 핵심을 보여주는 키워드로 ‘화물(cargo)’을 제시한다. 고대부터 화물은 일국의 경제수준을 가늠케 하는 지표였고 이를 기반으로 한 해운업도 통상주도권을 비교하는 데 용이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13세기 송대 중국에서부터 인도양의 구자라트 왕국, 유럽 열강, 미국, 일본의 전성기를 거쳐 다시 찾아온 ‘메이드인차이나’ 시대까지 경제의 흥망사를 서술한다.
유럽인들은 중국의 세계 3대 발명품(나침반 인쇄술 화약)을 이용해 우위를 차지했다. 일본도 ‘모방의 귀재’라고 비난받았으나 그것이 성장의 토대가 됐다.
국가들은 모두 모방 혁신 우위 쇠퇴의 과정을 거친다. 고대 중국은 강대했지만 황실과 사대부의 자만 탓에 추락했고 인도양의 구자라트는 자체 생산 기반없이 통상에 주력하다가 몰락했다. 석탄 면직물 조선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영국, 대량생산 체제로 자동차산업에 성공을 거두었던 미국이 혁신에 실패해 선두를 빼앗기는 과정도 눈여겨볼 만하다.
‘부의 이동’과 관련해 저자는 ‘시간의 경제’에 초점을 맞춘다. 적절한 시기에 얼마나 신속하게 혁신을 창조하고 가치를 교환하는가에 따라 흥망이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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