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팀이 출사표를 던졌던 올해 리그 역시‘이것이 승부다’라는 기전 모토에 부끄럽지 않게 불꽃 튀는 명승부 열전으로 바둑팬들의 눈과 귀를 쏙 사로잡았지요. 한국바둑리그는 국내 기전 중 유일하게 ‘한바폐인(한국바둑리그폐인)’이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대회입니다.
올 포스트시즌에는 신성건설과 영남일보, 월드메르디앙, 제일화재가 초대를 받았습니다. 남은 네 팀은 안타깝지만 집으로 돌아가(바둑에는 당연히 동계훈련이란 것이 없지요) ‘그들만의 잔치’를 구경해야 합니다. 국내 최고의 기사들만 가려 모아 벌인 2008년 한국바둑리그 정규리그. 8개 팀이 보낸 8개월의 시즌을 조금은 ‘까칠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① 신성건설
박영훈·목진석의 쌍끌이가 리그 수위를 이끈 원동력. 팀 전원이 한결같이 모두 잘 뒀다. 하긴, 그러니까 1위겠지.
② 영남일보
팀워크가 미처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초반 불의의 기습을 받고 휘청.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린 뒤 무지막지한 뒷심을 발휘해 2위까지 치솟았다. 2007년 챔피언팀의 힘이다.
③ 월드메르디앙
원성진, 한상훈, 박승화, 박정환 등 젊은 친구들의 분전이 눈부셨다. 다만 유창혁의 지독한 부진이 팀의 발목을 잡았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유창혁의 ‘재활’이 관건이다.
④ 제일화재
이세돌·최철한이라는 세계 최강의 투톱을 지닌 팀. 머리는 싱싱한데 하체가 부실했다. 그나마 버텨주던 류동완이 후반에 무너지면서 순위가 내려앉고 말았다.
⑤ 울산 디아채
강동윤이 보석처럼 빛났지만, 안타깝게도 혼자 빛났다. 주장 백홍석이 몸값을 다 못했고, 믿었던 김기용이 초반 연패를 당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⑥ 티브로드
신생팀으로는 무난한 합격점! 서봉수 감독을 비롯해 팀원, 구단이 똘똘 뭉쳐 첫 해 농사를 잘 지었다. 내년도 돌풍이 예상되는 팀이다.
⑦ 한게임
전원이 ‘고르게’ 부진했다. ‘한국바둑리그의 사나이’로 불린 이영구도 힘을 못 썼다. 믿었던 도끼가 반타작 언저리에서 헤매는 동안 팀도 수렁 속에서 몸을 뒤척였다.
⑧ 킥스
이창호-조훈현 사제의 동반부진이 팀 몰락의 원인을 제공했다. 다른 기전에서 펄펄 날아다닌 이창호가 한국바둑리그에서는 승률 30%대에서 놀았으니, 더 할 말이 없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사진제공=사이버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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