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호랑이 처녀의 사랑’ ‘벤저민 프랭클린’

  • 입력 2008년 11월 10일 18시 08분


◇호랑이 처녀의 사랑/강숙인 글·김종민 그림/36쪽·9800원·사계절 출판사

‘삼국유사’에 실린 ‘김현감호설화’가 예쁜 그림책으로 나왔다. 신라 원성왕 때 서라벌에 살던 화랑 김현을 짝사랑하는 처녀가 있었는데 실은 이 처녀는 호랑이로 처녀의 세 오라비는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었고, 처녀와 처녀의 어머니는 사람으로 변신하는 재주가 있었다고. 호랑이 처녀는 김현을 사모한 나머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된다. 그림 작가는 점점 밝아지고 커져가는 달을 그려 달처럼 점점 커져가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했다. 김현과 호랑이 처녀을 지켜보는 새와 토끼, 나무와 탑, 풀들도 사랑스럽다.

◇꼬마해녀와 물할망/선자은 글·윤정주 그림/42쪽·9800원·사파리

꼬마해녀와 해녀가 되고 싶은 물할망과의 우정을 통해 바다처럼 강한 생명력을 지닌 해녀들의 삶을 엿볼 수 있게 하는 그림책이다. 어떻게 물질을 배우고 어떤 도구를 사용하고 어떤 위험에 노출됐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해주는 것. 해녀들 사이에서 물할망은 해녀들을 해치는 전설속의 존재로 알려져 있지만 이 책에서는 해녀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재미난 캐릭터로 나온다. 심마니, 놀이꾼, 기와장이 등 지금까지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오랜 시간 우리 전통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삶을 가꾸는 사람들, 꾼·장이’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다.

◇얼마만큼 자랐나·옹달샘/윤석중 시·김소희 홍성지 그림/16쪽·각권 7500원·문학동네

아동문학계의 거목 윤석중 선생의 시에 정겹고 아기자기 귀여운 그림을 입혀 아기 시 그림책으로 펴냈다. 이제 막 옹알이를 시작하는 아기들이 대상 독자다. 반복적인 문장과 운율이 살아 있는 시어는 말을 막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의 언어 발달과 정서에 좋다고. 그림책 종이 재질도 시중에 나오는 까꿍놀이책 정도로 두껍고 단단히 장난꾸러기 아기들이 함부로 구기거나 찢어 버리지 못하게끔 돼 있다.

◇난 가끔 엄마 아빠를 버리고 싶어/발레리 다이르 글·이혜진 그림·김이정 옮김/156쪽·9000원·미래아이

자신을 짐처럼 여기는 부모 곁을 떠나 고속도로 휴게소에 지내게 된 릴리라는 소녀의 이야기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의 불안과 외로움, 변화무쌍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사실 릴 리가 ‘엄마 아빠를 버린’ 것은 둘만의 휴가를 떠나고 싶어 했던 엄마 아빠의 짐을 덜어 주고 스스로도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다. 릴리는 휴게소에서 만난 솔랑쥬 아주머니로부터 받은 노트에 일기를 쓰면서 세상을 조롱하고 엄마 아빠의 위선적인 모습을 까발린다. 프랑스 ‘소르시에르 상’을 수상하고 2003년 프랑스 교육부 청소년 추천 도서로 선정되었으며 독일에 번역 출간되어 독일 아동 문학상을 받은 작품.

◇잉카야 올라 Hola/소중애 글 사진·최달수 그림/172쪽·8500원·어린른이

동화작가인 저자가 브라질, 아르헨티나, 페루, 볼리비아, 칠레 등 남아메리카 배낭 여행을 하면서 겪고 느낀 것을 기행문 형식의 수필로 엮어냈다. 책 속에는 저자가 방문한 5개국의 풍물과 자연은 물론 남아메리카의 뿌리인 ‘잉카 제국’의 신화도 담겨 있다. 또한 작가가 여행을 하며 받은 감동과 영감을 아름답고 가슴 찡한 동화 4편으로 그려내 그네들의 삶과 역사를 어린 독자들의 가슴 속에 생생하게 담도록 했다.

◇모든 책을 읽어 버린 소년 벤저민 프랭클린/루스 애슈비 글·김민영 옮김/124쪽·9000원/미래아이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의 생애를 ‘책’을 통해 재조명했다. 저자는 점점 인터넷만 가까이 하고 책을 멀리하는 어린이들에게 독서의 중요성과 책의 가치에 대해 알려주고자 했다고. 프랭클린은 미국 혁명의 세 가지 중요 문서 ‘독립선언서’ ‘영국과의 평화협정’ ‘헌법’ 모두에 서명을 한 사람이다. 저자는 정치가로서 과학자로서 신문 경영자로서 그가 수 많은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데에는 책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놀라운 점은 프랭클린은 대학을 나오지도 훌륭한 스승 밑에서 공부하지도 않았다는 사실. 그의 학교이자 스승은 책이었다. 그는 책을 살 돈을 모으기 위해 육식을 포기하고 채식주의자가 되었고 목욕탕 욕조에 누워서도 책을 읽었다고 한다. 책과 종이를 가까이 하기 위해 인쇄공이 되고 신문을 만들고 도서관 조합까지 설립했다니, 그의 인생에서 책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을 듯 하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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