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의 회사원 A씨(여). 그녀는 최근 서울 청담동의 한 유명 미용실을 찾았다. 가을을 맞아 변신을 하고 싶던 A씨는 헤어 디자이너로부터 “최신 유행”이라고 추천받은 이른바 ‘혜교 단발’을 택했다. 그녀는 펌이 필요 없는데다 손질도 간편하다는 설명을 듣고서 망설이지 않았다. 얼굴이 달걀형인 A씨가 단발머리로 변신하자 2∼3살은 어려보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누렸다.
올해는 유난히 인기 스타들의 헤어 스타일이 많은 유행을 이끌었다. 요즘 핫 트렌드로 떠오른 스타일은 A씨가 선택한 ‘혜교 단발’. KBS 2TV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송혜교가 선택한 이 헤어스타일은 첫 등장부터 화제를 모으더니, 유행에 민감한 멋쟁이들의 집결지인 청담동 일대 미용실 고객들의 단골 선택으로 떠올랐다.
헤어와 메이크업을 함께 하는 청담동 한 헤어숍의 관계자는 “송혜교 씨가 택한 단발머리는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드라마 방영 뒤부터 이를 원하는 고객들의 주문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가을·겨울이 되면 여자들의 헤어스타일도 화려하게 변모한다. 무더운 여름 동안 최대한 깔끔하게 유지하던 머리카락을 눈에 띄게 꾸며 멋을 내려는 움직임이 많다. 하지만 흡사 여고생을 연상시키는 ‘혜교 단발’처럼 단정한 스타일이 유행하기는 이례적인 경우라고 덧붙였다.
○혜교 단발,톰 크루즈 딸 수리 스타일에서 아이디어 얻어
‘혜교 단발’은 송혜교의 전담 헤어 디자이너인 이혜영 실장의 작품이다. 그녀는 할리우드 톱스타 톰 크루즈의 딸 수리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헤어스타일을 만들었다.
이 실장은 “수리와 송혜교의 귀여운 외모에서 공통점을 찾으면서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고안했다”며 “머리카락 색깔도 일부러 카키 브라운으로 염색해 아기 같은 분위기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펌을 하지 않고 머리카락에 층을 내 풍성하게 보이도록 한 것도 ‘혜교 단발’의 특징. 이혜영 실장은 “PD란 극중 역할이 지닌 활동적이고 털털한 성격을 드러내고 싶었다”며 “촬영장에서도 특별한 관리 없이 간단한 드라이만으로 손질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혜교 단발’이 올 하반기 유행 아이템이라면 상반기는 그야말로 스타 헤어스타일의 춘추전국시대였다.
‘온에어’의 김하늘이 선보인 ‘샤기컷’(긴 머리카락을 여러 층으로 자른 커트)을 시작으로 곧바로 가수 서인영의 ‘버섯머리’가 붐을 일으켰다.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 주인공 최강희가 택했던 ‘베이비 펌’ 역시 상반기를 강타한 유행 아이템. 봄·여름을 최강희의 ‘베이비 펌’이 이끌었다면 가을·겨울은 ‘혜교 단발’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베이비 펌’을 만든 뷰티숍 앳폼조성아의 강성희 부원장은 “귀여운 얼굴을 강조하는 것이 2008년의 유행”이라며 “여자라면 누구나 귀엽게 보이고 싶은 심리를 갖고 있어 최강희 헤어스타일을 주문하는 고객이 꾸준하다”고 밝혔다.
○남자 스타도 헤어 유행…믹키유천 비 ‘새 트렌드’
‘베이비 펌’과 ‘혜교 단발’의 장점은 얼굴형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연출이 가능하다는 것. 간단한 손질로도 장시간 고유의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어 폭넓게 인기를 끈다. 올해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버섯머리’ 역시 두상의 단점을 최소화하고 귀여운 외모를 강조할 수 있어 꾸준히 인기다. 서인영의 버섯머리를 만들어낸 헤어디자이너 미희(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씨는 “머리카락이 가는 사람이 숱이 많아 보이고 싶거나 이마와 뒤통수가 납작한 사람들이 짱구처럼 보이고 싶은 때 효과 만점”이라고 인기 원인을 짚었다.
헤어스타일 유행을 주도하는 것은 비단 여자 스타만이 아니다. 남자 스타들도 이에 질세라 첨단 유행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요즘 활발히 활동 중인 가수 비와 그룹 동방신기의 믹키유천은 양쪽 머리카락의 길이가 다른 이른바 ‘언밸런스 헤어’를 통해 세련된 멋을 발휘하는 중. 헤어제품을 덧바를 필요가 없고 한 번의 커트만으로 손질이 간편해 급속히 퍼지고 있다.
가수 비의 헤어스타일을 만든 스타일리스트 최선화 실장은 “고개를 흔들 때마다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은 남성들에게 세련미와 섹시미를 준다”며 “남성미를 강조하고 싶다면 비처럼 와인색으로 염색을 해도 좋다”고 설명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