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9단 세력포석으로 흔들기 나설까 관심
“인정사정 볼 것 없는 난타전이 예상됩니다.”(김성룡 9단)
52기 국수전 도전 5번기 1국이 13일 전남 목포시 이훈동 정원에서 열린다. 국수 이세돌 9단의 2연속 우승을 막겠다고 나선 도전자는 목진석 9단. 두 기사는 모두 강력한 수읽기를 바탕으로 싸움을 즐기는 스타일로 화끈한 난타전이 예상된다.
역대 전적은 19승 13패로 이 9단이 우세하다. 특히 2007년 5월 이후 6연승을 거둬 목 9단을 압도하고 있다. 객관적으론 이 9단의 무난한 방어가 예상되지만 국내 랭킹 3위인 목 9단의 컨디션이 상승 무드여서 만만치 않은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도전기의 관전 포인트를 두 기사의 기풍, 목 9단의 세력 작전, 이창호 9단의 변수 등으로 짚어본다.
▽난타전을 즐기는 기풍=두 기사의 대국이 팬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아슬아슬하고 짜릿한 싸움이 벌어지기 때문. 두 기사는 형세가 불리하면 난전을 유도해 상대를 질리게 만드는 데 재능이 있다. 웬만한 기사들은 이들의 ‘흔들기’를 쉽게 이겨내지 못한다.
그러나 유사한 기풍 탓에 손해를 보는 것은 목 9단이란 분석이다.
김 9단은 “짧은 시간 내 정확한 수를 찾아내는 능력은 이세돌 9단이 최고”라며 “결정적 순간에 상대적으로 목 9단보다 실수가 적다”고 말했다.
목 9단의 수읽기도 정상급이어서 이 9단과의 차이는 미세하지만 승부를 가르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9단의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7년 이후 목 9단이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이유가 이렇다는 진단이다.
▽목 9단의 세력=목 9단은 최근 흑을 들면 3연성 세력 포석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국수전 본선 4강전과 도전자 결정전에서도 이 포석으로 승리를 낚았다. 1980년대 일본의 정상급 기사인 다케미야 마사키 9단이 즐겨 쓰며 유행했던 세력 포석은 최근에는 자취를 감췄다. 불확실한 미래(세력)보다 당장 손안에 쥔 것(실리)을 중시하는 요즘 바둑의 흐름에서 세력 포석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 또 세력 포석은 매우 섬세해서 한번 무너지면 회복이 어렵다는 점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목 9단은 “요즘 포석이 상투적이어서 실험적으로 세력 포석을 시도한 것일 뿐 별도의 연구가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말했으나 결과는 좋은 셈이다.
김승준 9단은 “목 9단이 이번 도전기에서 흑을 들었을 때 세력 포석을 시험해볼지 주목된다”며 “낯선 포석으로 상대를 당황하게 한다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이창호 9단의 변수=이세돌 9단이 가장 껄끄럽게 생각하는 상대는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은 9월 응씨배에서 이창호 9단에게 2연패를 당한 뒤 1승 3패에 그치는 부진을 겪었다. 현재 세계 랭킹 1위로 꼽아도 손색없는 이세돌 9단이지만 과거의 절대지존 이창호 9단을 완벽히 넘어서지 못했다는 부담감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세돌 이창호 9단은 19일 열리는 삼성화재배 세계대회 8강전에서 또다시 대결한다. 이 대국마저 이세돌 9단이 지면 심리적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성룡 9단은 “이번 도전기에선 이세돌 9단이 7 대 3 정도로 유리하지만 목 9단이 도전 1국을 이긴 뒤 이세돌 9단이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질 경우 목 9단에게 유리한 흐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