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할인 또 할인… 관객 모시기 전쟁

  • 입력 2008년 11월 13일 02시 59분


한국 연극의 메카인 서울 대학로에서는 흥행작 리바이벌과 2인극 위주의 공연, 지방공연의 활성화 등 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여러 방안이 나오고 있다. 사진 제공 인터파크
한국 연극의 메카인 서울 대학로에서는 흥행작 리바이벌과 2인극 위주의 공연, 지방공연의 활성화 등 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여러 방안이 나오고 있다. 사진 제공 인터파크
“마른 수건도 쥐어짜라” 대학로 불황타개 안간힘

“외환위기 시절보다 더 힘들다.”

대학로 연극계에서 어렵다는 소리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경제 한파까지 겹쳐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외환위기 때도 불황을 모르며 매진을 이어가던 연극 ‘라이어’의 경우 빈자리가 늘어나고 있고, 객석 점유율 100%를 기록해온 연극열전 ‘늘근 도둑 이야기’도 겨우 제작비를 건지는 수준이다. 유난히 쌀쌀해진 겨울 길목에 선 연극인들은 어려움을 이기기 위해 갖가지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 개런티를 절감하라

2009년 1월 공연되는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는 배우 유오성 씨를 주연으로 캐스팅했다. A급 배우는 회당 20만 원 이상 받는 것이 관례이지만 그는 절반 수준만 받기로 했다. 대학로의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배우들이 개런티 절감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것. 연극 ‘아트’에 출연하는 정보석 정원중 씨도 4년 전 개런티와 같은 액수를 받기로 했다. 현재 개런티의 70% 정도다. 최보규 악어컴퍼니 이사는 “제작비 절감에 대한 배우들의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 흥행작을 다시 올려라

기획사는 신작을 내놓기보다는 흥행이 검증된 작품들을 다시 올리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이다엔터테인먼트는 올해 ‘멜로드라마’ ‘환상동화’ ‘샤인’ 등 지난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작품들만 올렸다. ‘살아보고 결혼하자’는 ‘사기꾼들’로 제목을 바꿔 9월 다시 공연했다. 손상원 이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시기가 안 좋다 보니 당분간은 과거 흥행작 위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한숨 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 지방으로 눈을 돌려라

지방의 공연 시장을 개척하거나 지역 문화예술회관의 초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방에 3개의 ‘라이어’팀을 운영 중인 파파엔터테인먼트의 이재원 실장은 “대학로는 이미 공급이 수요를 넘어선 상태”라며 “지방에는 문화 공급에 목마른 수요가 많은 데다 초대권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이 높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조경남 투비컴퍼니 실장은 “지역 문화예술회관의 초청을 받고 공연을 가면 최소한 극장 대관료와 배우들 개런티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 좋다”고 말했다.

○ 코믹 2인극 전성시대

‘늘근 도둑 이야기’ ‘웃음의 대학’ ‘70분간의 연애’ 등 2인극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조 실장은 “등장인물을 줄이면 제작비를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7, 8명의 배우가 나올 경우 개런티뿐 아니라 식사비도 만만치 않게 든다”고 말했다. 또한 대부분의 2인극은 코믹극이다. 조 실장은 “불황일수록 무거운 공연보다는 신나게 웃을 수 있는 공연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 만인 할인 혜택 시대

그룹 ‘슈퍼주니어’가 출연해 화제가 된 뮤지컬 ‘제너두’는 ‘소니 응원하기’라는 할인 혜택이 있다. 소니 역에는 이건명 강인 김희철 씨 등 세 사람이 트리플 캐스팅되었는데 캐스팅마다 40∼50%의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사실상 모든 관객에게 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셈. 공연을 앞두고 하는 ‘프리뷰 기념 할인’,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하는 ‘굿바이 할인’을 비롯해 수험생 할인, 연인 할인, 제목과 같은 이름을 가진 관객 할인 등 온갖 할인제가 있다. 이지혜 쇼플레이 실장은 “10% 할인에도 관객들이 민감하게 움직인다”며 “가능한 한 많은 관객에게 할인 혜택을 주기 위해 머리를 짜낸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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